▲곽상언 민주당 의원. 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초선 당선자들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시청앞 이태원참사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할 때의 모습.
권우성
정국을 휩쓸고 있는 '채상병 특검'에 한 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철수정치'의 대명사 안철수 의원이었다. 안철수 의원은 "민심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소신 표결의 이유를 밝혔고, 국민의힘 안에서는 공분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고 안 의원의 소신 표결에 야당 진영의 응원과 지지가 강력한 것도 아니다. SNS에선 안철수 의원에 대해 "이번에는 왜 철수하지 않았냐"는 야당 지지자들의 조롱하는 반응들도 꽤 있다. 그의 동기가 무엇이든, 표결 내용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서든, 조직적 합의를 배반하는 소신 표결에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 용기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부재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한 곽상언 의원이 민주당이 발의한 4명의 검사 탄핵소추안 중 1명의 안건에 기권 표를 던진 것이다. 곽상언 의원은 "제안 설명만 듣고 탄핵 찬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 기권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곽상언 의원이 고 노무현 대통령 사위로서 도의를 저버렸다며 검사 이전에 곽상언 의원부터 제명한다는 비난이 거셌고, 결국 곽 의원은 원내부대표를 사퇴해야 했다.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 해야 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여러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는 3당 합당 당시 소신의 정치를 외친 것이다. 그런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라는 사실을 자산으로 삼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한테 "당신은 조직적 합의를 무시하고 소신 표결했기 때문에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정치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하는 주인공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야합에 반대하며 소신정치를 하는 것이 멋있게 연출되곤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당론은 정당이라는 공동체의 합의에 기초한 것이고, 그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수많은 토론과 회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 반대하는 개인 입장을 가졌다면, 먼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입장을 바꿔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어려워졌다면 승복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래야 조직 내 건강한 토론과 결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에 반대 표결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소신 표결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채 상병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구체적 내용(재판 기한, 특검 추천 권한 등)에 대해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합리적인 척하더니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라 결국 어쩔 수 없다며 조롱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김재섭 의원은 당론을 위배하지 않으면서 자기 소신도 지켰다.
민주 사회라면 소신이든 일탈이든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개인을 정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용기 있는 소신일지, 반조직적 일탈이 될지는 사안마다 다르고 결과적 평가일 텐데, 이를 용인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 자체가 사라져선 안 된다. 여야의 강성 지지자들 모두가 조금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소신 정치를 존중하기보다, 일단 조롱부터 하고 보는 정치문화라니. 얼마나 암울한 일인가.
주방과 정치는 닮아 있다
식당에서 일하다 보면 홀과 주방의 온도차는 많이 다르다. 손님들은 홀에서 자신이 주문한 메뉴를 평온하게 기다리고, 메뉴가 나오면 식사를 시작하고, 식사를 마치면 계산하고 돌아간다. 그런데 주방에서는 그 메뉴를 만들기 위해 전쟁통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메뉴가 잘못 나올 때도 있고 구체적인 레시피가 틀릴 때도 있다. 그래서 서로 다투기도, 일과 책임을 미루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런 주방의 시간을 거치고 나야, 손님들이 맛있게 식사할 수 있다.
현실 정치의 세계도 비슷한 점이 있다. 시민에게 좋은 정치를 제공하기 위해, 뉴스에 나오는 모습들에 더해 그 이면에서도 정치하는 사람들을 늘 치열하게 다툰다. 그 결과로 우리사회는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정치하는 사람들의 신뢰와 선의다.
우리 정치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고 조명하고 요구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선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렇게 정치를 긍정하는 힘을 조금씩 쌓아나갔을 때, 정치의 본질이 정쟁이 아니라 협치라는 판타지가 현실에서 증명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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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집에 취직한 정치인, 뉴스 보고 알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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