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방축마을에서 40년째 수박 농사를 짓는 배정길씨가 지난 10일 집중호우 당시 비닐하우스 일대 물살이 불어난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복건우
방축마을 피해복구 작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익산역에서 마을이 있는 망성면으로 향하는 찻길(익산시 낭산면 인근)부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익산시 일대에는 호우 특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기자를 태운 택시 기사는 "앞이 안 보이네. 낮부터 이렇게 비가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고속도로에서 진짜 위험하겠네요"라며 속도를 줄였다. 빗물이 차체에 다닥다닥 부딪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귀에 꽂혔다.
방축마을 입구와 마을회관(전북 익산시 방축길) 앞 집결 부스에는 민주당 의원들의 수해복구 작업을 환영하는 마을 주민들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정헌율 익산시장과 이개호·전현희·한준호 등 민주당 의원들, 그리고 파란 조끼를 입은 당원 수십 명이 비닐 우비를 뒤집어쓰고 조를 나눠 오전부터 복구작업에 착수했다. 천막 부스가 흔들릴 정도로 비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마을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내천으로 황토색 흙탕물이 쓸려 내려갔다.
지난주 방축마을에서 이 흙탕물은 인도를 범람해 농가 비닐하우스를 뒤덮었다. 이곳에서 40년째 수박 농사를 짓는 배정길씨 부부는 "비닐하우스가 폭삭 들어가부렸잖아"라며 일주일 전(7월 10일) 폭우가 내리던 당시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3600평 규모 농가에서 5000알 넘는 수박이 수확 당일 흙탕물과 흙더미에 묻혀 쪼개지고 버려졌다. 배씨는 "양수기로 물을 뿜어대도 안 돼. 비가 비닐하우스 가운데까지 찼는데 농민들은 누구한테 하소연하냐 이거야"라며 한숨을 지었다.
지난주부터 전국 곳곳에 기습폭우가 내리면서 호남지역 농가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이곳 익산 망성면 일대는 400mm가 넘는 누적 강수량으로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등 198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고, 주민들은 인근 경로당이나 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다. 그러나 익산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아직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