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희생자 추모비를 찾은 한국의 추모단이 조화를 들고 추모비를 돌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정훈
지난 15일 오후 장생탄광참사희생자추모비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는 한국에서 온 30여 명의 추모단과 일본 '장생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새기는회) 회원, 재일동포 학생과 교사, 일본인 학생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 사민당의 오오츠바키 유우코 참의원(사민당 부당수)과 양현 희생자 대한민국 유족회 회장, 이동준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해 한일 양국 시민들의 뜻에 힘을 합쳤다.
추모행사는 초를 밝히고 차를 올린 뒤 참석자들이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조화를 들고 추모비를 한 바퀴 돈 뒤 헌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추모사, 참회문, 위령의식, 진혼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송의익 추모단 단장은 "장생탄광이 붕괴된 후 82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분들은 그 자리에 묻혀 있다"며 "이런 반문명적인 일이 한일 양국의 외면 속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게 부끄럽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함께 손을 잡고 나서자"고 이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윤덕홍 전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바닷물이 갱도로 흘러들어갔을 때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 살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을까"라며 "82년이 지난 지금도 유골은 수습되지 않았다. 우리는 갱도에 갇힌 183분의 유골을 수습해 원통한 죽음을 위로하고 그 존엄을 부활시킬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에 호소한다. 이제 정부가 손을 내밀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면서 "유골 수습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참여정부에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최봉태 변호사는 "2005년 일본과 협상을 할 때 세운 원칙이 인도주의, 현실주의, 미래지향적이라는 세 가지였다"며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현실주의라고 하는 것은 가능한 부분은 노력을 하자는 것인데 일본은 눈에 보이는 것만 수습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거리의 무용가 박정희씨가 잔잔한 아리랑 음악에 맞춰 추모비를 닦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진혼무를 추자 한일 양국 시민들의 눈가에 순간 눈물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리 없는 울음바다가 됐다.
"한일시민의 힘으로 닫혀진 갱구를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