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잡곡밥을 덩어리로 뭉쳐 냉동시켜서 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곽규현
그런데 세상은 낙관적인 뜻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지 않는가. 이번에도 아내와 함께 서울에 갈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상 나만 홀로 부산의 집에 남게 됐다. 아내는 혼자 남게 되는 남편이 걱정됐는지 먹거리를 잔뜩 장만하여 냉장고에 채워 놓았다.
밑반찬은 물론이고 국과 찌개에다 밥까지 일주일은 거뜬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갔다. 특히 잡곡밥을 주먹밥처럼 한 덩어리씩 뭉쳐 비닐 팩으로 싸서 냉동시켜 놓았다. 끼니마다 편하게 한 덩어리씩 데워서 먹도록 한 아내의 기발한 정성이 콧날을 시큰하게 한다.
아내와 함께하는 건강한 삶 지속하며 미래 대비해야
지난 일주일은 아내가 준비해 놓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아내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얼마간은 내가 직접 밥을 하거나 요리를 해 먹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진작에 요리를 좀 배워 둘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여의찮으면 마트나 음식점을 이용하면 될 듯하다. 집안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세탁하는 것은 은퇴 이후에 평소 아내와 같이 했던 일이라 익숙하다.
문제는 정서적인 공백, 마음속 공허감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아내가 없으니 집에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 적적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래서 노년에 홀로 지내는 고독감을 견뎌내기 힘든 건가. 아내와 가끔 티격태격하면서도 오순도순 정다웠던 일상들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그래도 지금은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면 허전한 마음과 썰렁한 집안 분위기도 다시 원래의 평온한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다. 아내와 함께 건강하게 백년해로를 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인생살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예상하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상황이 언제든지 올 수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는 날도 오게 되리라.
떠나기도 싫고 홀로 남겨지기도 싫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다가오지 않은 앞날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도외시할 수도 없는 노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면서 아내와 사이좋게 하루하루 건강한 삶을 사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부부애를 나누면서 후회 없는 나날을 살다 보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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