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에서 만났던 물총새
이경호
둔치로 옮긴 재난안전본부에서는 꾀꼬리,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쇠박새, 딱새, 때까치, 파랑새, 참새, 꿩, 까마귀, 후투티, 까치, 물까치, 멧비둘기, 새호리기, 황조롱이 등이 산새가 보인다. 새호리기는 재난안전본부를 매일 두 차례 이상 저공 비행하며 사람을 놀라게 한다. 너무나 빠르게 이동하는 탓에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종이기도 하다.
재난안전본부와 천막농성장에서 고루 보이는 종이 알락할미새와 검은등할미새이다. 두 종이 물과 육지를 연결해 준다고 하면 과도한 해석이겠으나, 물가로 갈수록 물새가 많아지고, 제방쪽으로 올수록 산새가 많아지는 당연한 자연을 만났다.
재난안전본부가 있는 둔치는 제방을 경계로 형성된 도시와 물이 흐르는 공간 사이에 만들어진 버퍼존이다. 둔치가 버퍼존이 되면서 하천의 물새들이 도시와 접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생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과 인접하지 않게 완충지대만 마련되어도 생태계는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재난안전본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종은 놀랍게도 꾀꼬리이다. '훨훨나는 저꾀꼬리 암수서로 정겨운데'라는 유리왕의 시조마냥 암수가 함께 다니며 평화로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목소리가 예뻐 3대 명조로 알려진 꾀꼬리의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