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브의 노천시장인 돌락(Dolac) 시장 모습.
오문수
발칸반도와 한반도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 아름답고 살기 좋은 땅, 그리고 그 주변에 강대국들이 포진해 호시탐탐 공격하거나 약탈을 노렸던 땅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슬로베니아를 떠나 아드리아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도 '님과 함께'의 구절만이 아닌 아픈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냐고? 정신차리지 않으면 한국의 운명도 발칸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는 한반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일행이 본격적으로 발칸반도 여행에 나선 곳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다. 자그레바치카 산의 경사면과 사바 강에 걸쳐있는 자그레브는 13세기 오스만투르크족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그라데츠와 16세기에 요새화된 성직자 마을 카프톨의 두 마을이 합쳐져 세워졌다.
1093년 로마 카톨릭 주교관구가 되면서 유럽에 등장했으며 오랫동안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9세기 들어 새 건물들이 생기고 광장이 생겨나면서 시가지를 확장해나갔다.
그 후 아드리아해와 발칸 반도로 이어지는 도로와 철도망이 발달해 동서유럽을 연결하는 교통요지 구실을 했지만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종교와 인종 갈등으로 내전을 겪기도 했다.
가장 번화한 반젤라치크 광장
'반젤라치크 광장'은 자그레브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자 자그레브의 핵심이다. 광장은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처음에는 광장 한쪽에 있는 분수의 이름을 따 불렀지만 1848년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침입을 물리친 영웅 '반 조세프 젤라치크'의 이름으로 바꿔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정권에 의해 공화국 광장으로 불리다 1991년 독립 후 예전 이름을 되찾았다.
자그레브 대성당은 12~13세기에 걸쳐 건축되었지만 1242년 타타르족의 침입과 1880년 지진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현재의 모습은 1990년에 원형을 최대한 살려 복원한 것이다. 아직도 복원공사 중인 성당 내부에는 프레스코화, 르네상스 양식의 의자와 계단,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볼만하다는데 입장이 허락되지 않아 들어가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