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병교육대 입소 장면입대지원자들이 신병교육대로 입소하고 있다.
변영숙
어부바문을 통과한 아이들과 가족들은 서로 마주 보고 섰다. 군 관계자가 부모가 알아야 할 공지사항을 안내했다. '하루가 지나면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으며, 이후부터는 부대 공중전화를 통해 전화를 할 수 있다. 며칠 후면 아이들의 옷이 배달될 것이다' 등등등. 공지가 끝나자 아이들은 구령에 맞춰 군대식 경례를 하고 줄 맞춰 부대로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입영식이 끝났다. 어부바 문을 통과하고 10분 정도 걸렸을까.
그날 조카를 군대에 보내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던가.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았고 어린 조카만 혼자 덜렁 허허벌판에 두고 온 것 같아서 저녁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아 혼자 훌쩍거렸다. 오히려 부모인 남동생이 나를 위로해 주었을 정도였다.
"누나, ㅇㅇ이 애 아니고 다 큰 남자 어른이야. 잘 할 거야."
동생 말대로였다. 조카는 한 달간의 신병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2월 25일 첫 외출을 나왔다. 걱정과 달리 조카는 소년의 티를 벗어내고 건장하고 의젓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힘들지 않아?" 하고 물으면 "괜찮아요"라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조카는 성숙해져 있었다. 부대 내에서 시간 나면 공부도 한다며 제대 후 계획을 얘기해 주기도 했다. 다만 관심사병을 관리하는 보직이다 보니 가끔 기분이 다운되기도 한다는 것이 조카의 유일한 애로사항이었다.
소박한 일상을 돌려줄 의무
정확하게 1년 6개월 후 조카는 애초의 걱정과 달리 군 복무를 아주 잘 완수하고 동생말대로 '다 큰 남자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
"고모, 저 오늘 제대했어요."
조카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잘했다. 정말!!!"
요즘 채상병 특검 등 군 이슈가 핫하다 보니 조카의 전역은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나는 뻔한 질문을 하고 말았다.
"제대해서 좋지?"
"그럼요. 너무 좋죠."
"뭐가 제일 좋아?"
"좋은 게 많죠. 바지 주머니에 손도 넣을 수 있고, 늦잠도 잘 수 있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고, 여행도 할 수 있고…."
세상에, 제대를 해서 좋은 이유가 고작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있어서라니. 조카의 대답은 군 생활이 무척이나 엄격했으며 통제된 생활이었는지에 대한 방증임에 다름 아님을 안다. 또 그가 원하는 것도 소박한 일상이라는 것도.
대부분의 병사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누군가의 귀한 자식들의 시간과 희생의 대가로 누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 우리 모두는 그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