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상 연령층의 월 소득 (남녀 평균)연령대별 소득 수준 (2021, 통계청)
문진수
2021년 기준 1인 최저 생계비, 즉 기준 중위 소득은 182만 7831원이다.
65세 이상 연령층의 평균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한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살림살이가 매우 곤궁하다는 뜻이다. 2인 최저 생계비(308만 8079원) 기준으로 보자. 60세 이상 연령층의 평균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한다. 정년을 맞은 부부가 '평균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걸까?
베이비붐 세대가 누구인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은 '운 좋은' 세대가 아닌가. 외환 위기의 고난을 겪었지만,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어느 세대보다 많았다. 노후 위험에서 벗어난 이들을 살펴보면 이 의문을 풀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금수저로 태어났거나, 고소득 전문직이거나, 사업에 성공해 돈을 많이 번 경우가 아닌, 평범한 월급쟁이로 일하다 은퇴한 이들을 관찰하면서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삶의 질 측면에서 '아이를 낳은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의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한 부부 중 딩크(DINK)족으로 산 부부는 경제적어려움이 없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른 부부는 노후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두 그룹의 차이를 결정짓는 분기점은 '출산'이었다.
이 발견을 보편적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실은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행위가 노후 빈곤의 원인이라면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으려면 유전자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 선택이 사회적 조류가 되면 국가는 거대한 재앙을 맞게 된다. 우리가 지금 이 '덫'에 걸려 있다.
젊은 세대가 혼인과 출산에 부정적인 데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부모, 삼촌, 이모 세대의 고단한 삶을 답습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는 출산 장려금 따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젊은 세대가 짝을 맺고 아이를 낳게 하려면, 혼인과 출산의 결과가 빈곤으로 귀결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아이를 낳고 길러도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가족의 틀로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는 삼중고(三重苦)를 안고 살아간다.
삼중고란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양육하고, 노후의 삶도 책임져야 하는 짐을 말한다. 이 세대는 대학 간판이 성공의 보증 수표라는 사실을 삶으로 체험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노후를 희생하는 위험한 결정을 단행하는 이유다. 이 눈물 나는 노력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세 번째 토끼를 잡기란 역부족인 것 같다.
'자식에게 줄 돈이 있으면 차라리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현실에선 실행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부모의 지원 여부가 자식의 앞날을 결정하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어느 부모가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겠는가. 자식에게 디딤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이 땅의 부모들은 힘겨운 삶을 걸을 수밖에 없다. 베이비붐 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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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위해 노후 포기... 베이비붐 세대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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