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새벽 5시 넘은 시간에 쿠팡CLS 측으로부터 다른 동료 택배기사의 물량을 대신 배송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고 정슬기 택배노동자가 카톡에 응답한 내용
택배과로사대책위
그러다가 전날 본 기사가 생각났다. 쿠팡 배송 기사로 일하신 분이 자택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는데 그분이 살아계실 때 쿠팡 측과 나눈 카톡 대화였다. '달려 달라'는 쿠팡 측 문자에 '개처럼 뛰고 있긴해요'라는 답변이었다. 개처럼 뛰고 있다니...
유족이 된 아내는, "저는 바라는 거는 그냥 단 한 가지에요. 애 아빠한테 가서 미안하다, 잘못했다,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이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쿠팡 택배 대리점 중 90곳이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함께 나왔다.
나는 이렇게 편하게 이용하는데 배송 기사분들이 과로에 돌아가시는 걸 보면 이걸 이용하는 게 맞는지 생각하게 된다. 왠지 나도 비극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편리함이 누군가의 고통 위에 쌓여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소비자로서 이대로 바라보기만 해도 되는 걸까. 조금의 힘이라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나 캠페인을 지지하는 일, 관련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 일처럼 사회적인 연대를 통해 변화를 촉구하는 방법이 있다. 미미해 보이지만 더 많은 사람이 문제 인식을 함께 한다면 기업의 태도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루 배송의 편리함을 잘 알고 있다. 세상이 빠르고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쿠팡을 자주 이용하지 않았던 건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과로사 사건 기사 때문이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는 더 나은 환경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쿠팡이 근무 환경을 개선해서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하고 소비자는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 일하다 죽는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소리가 기업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더 공정하고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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