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웹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픽사베이
개인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이다. 음식 사진을 올리고 여행 간 사진을 올리고 기념일 사진을 올린다. 행복했던 시간을 글과 함께 영상이나 이미지로 기록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한다.
온라인상에 올리는 글의 대부분은 나를 위한 글이기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좀 더 정제되고 좀 더 미화된 글을 올리고, 필터링된 좀 더 예쁘고 좀 더 멋진 사진을 올린다. 나란 사람을 자랑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아닐까. 나의 행복한 순간을 알리고 싶고 공감받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다들 하트 버튼 숫자에 민감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올린 글과 사진에 달린 환호와 조금은 질투 섞인 댓글들을 보면 괜스레 우쭐한 기분마저 들 것 같다. 이런 마음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물론 과거에도 공감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다만 대화와 소통의 도구가 달랐을 뿐. 이제는 기술이 너무 많이 발전했고 눈뜨면 하루가 다른 세상이니 변해가는 사회적 현상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옛날이 그립다. 나만의 비밀을 적을 수 있는 일기장이 그립다. 우편으로 보내는 편지가 그립다. 누군가를 그리며 편지를 쓰고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내내 설레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내 이야기는 언제 나올지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편하고 빠르다.
그래서 그런지 1990년대 감성이 좋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도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공중전화, 삐삐, 만화방, 신문 배달 같은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시청자들을 과거로 순간 이동시켜 잠시 추억에 젖을 수 있게 했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은 음악을 듣고 싶으면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생 버튼을 누르면 되지만, 그때는 테이프를 앞뒤로 돌려가며 원하는 곡을 찾아야 했다. 지금은 가사가 자동으로 뜨지만, 그때는 카세트의 재생 버튼과 멈춤 버튼을 교대로 눌러가며 가사를 받아 적어야 했다.
지금보다 훨씬 불편했지만, 기다림의 여유와 원하는 것을 힘들게 갖게 될 때의 기쁨은 지금의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공중전화에서 친구에게 전화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것, 동전이 남으면 다음 사람을 위해 수화기를 올려놓는 배려, 비디오 대여점에서 최신작이 언제 나올지 기다리는 설렘, 만화책 다음 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지루함, 주말에만 볼 수 있는 토요 명화와 주말의 명화 등.
나이가 먹어서인지 밤이 깊어서인지 오늘따라 옛 생각이 많이 난다. 라테(라떼)는 말이야, 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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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상담교사로 일하며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 글쓰는 것을 좋아하고 강물처럼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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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편지, 공중전화... 불편했던 옛날이 그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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