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크리스 저서 초가공된 사람들닥터 크리스 저서 <초가공된 사람들>. 영국 서점가 식품관련 베스트셀러 도서.
김명주
책 내용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닥터 크리스는 오븐에 넣어 데우기만 하면 되는, 미리 조리된 프라이드 치킨을 베어 문다. 바삭하고 짭조름하니 맛있나 보다. 그는 눈 깜짝할 새 치킨 세 쪽을 맛있게 먹고는 더 없는가 찾는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즉석 식품 중에 리조토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며 웃는다. 그 밖에도 아침식사 시리얼, 냉동 피자 등 실험 기간 내내 가공식품들을 맛있게 먹는다. 시판 디저트, 아이스크림 등 마무리 음식까지 알차게 먹는다. 평소보다 많이 먹었는데도 별로 배부르다고 느끼지 않는, 오히려 더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식단 실험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배변이 쉽지 않아 답답해한다. '엉덩이가 땅콩으로 꽉 막혀 있는 기분'이라고 하는데,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뒤척이다 잠이 들고는 새벽에 가슴이 타는 듯한 기분, 두통 등으로 다시 깨어난다. 설친 잠이 다시 오지 않고 입이 심심하니 다른 간식을 찾는다. 누적된 피로로 몸은 무겁고, 짜증이 늘고,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반복된 일상을 보여준다.
4주 후, 피검사와 뇌 스캔을 통해 임상 실험 결과를 관찰해 본다. 우선 체중이 일주일 사이에 6.5kg 증가했고 그중 체지방은 3kg 늘었다. 정상 체중이던 크리스는 과체중군으로 이동 중이다. 혈액 속 배고픔 호르몬은 30% 증가했는데 반해 만족 호르몬은 감소했다. 포만감은 줄고 더 먹고 싶은 식욕이 증가한 이유다.
다음은 뇌 뉴런 활동을 살펴본다. 기존 뉴런 간의 융합활동 이외에 더 많은 회로 활동이 일어나는데, 호르몬 착시현상으로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음식을 찾는, 흡사 중독자의 뇌 스캔 사진과 비슷하다. 가공식품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뇌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단 4주만의 결과라 가히 충격적이다.
초가공식품에는 섬유질과 수분이 부족하고, 염분, 당분이 과하게 들어 있다. 여러 가지 식품 첨가제는 식품 보관, 조리를 쉽게 하기 위해 쓰이는데 한 전문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크리스, 초가공식품은 음식이 아니라 그냥 식용 가능한 가공품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