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엄마 검객’ 남현희, 아시아 펜싱 금메달> 제하 기사
KBS
사회자: 미디어의 반성 시간인 것 같다. 기자들은 시간이 없으니까, '엄마 검객'이라는 말을 큰 문제의식 없다고 생각하고 쓴다. 운동부 내부의 남자 중심 문화에 대한 지적도 여전히 진행중인 것 같다.
오태규: 아사히 신문이 2021 도쿄올림픽 기사들을 분석한 배경에는 올림픽조직위 젠더 평등 추진팀의 어드바이저가 일본의 미디어 보도에서 여성 선수에 대해 편견이 많다는 얘기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아사히 신문이 실제 분석해 보니 '좋다, 훌륭하다, 강하다'라는 표현은 남녀 공통으로 사용이 됐지만 차이가 났다. 호쾌하다라는 단어는 남자 선수 기사에서 120회 정도가 쓰였는데 여성(21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여성 선수들 기사에서 웃는 얼굴이나 눈물 등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단어가 많이 나오고, '엄마 선수' 같은 표현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올림픽에서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여성 선수 3명을 불러놓고 좋아하는 남성 타입이나, 일본 선수단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는 누구냐라는 질문도 나왔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장익영: 세계 스포츠 사회학자들이 모여서 책을 냈다. 도쿄를 포함해 역대 올림픽에서 젠더 이슈들에 대해 학자들이 꽤 많이 다루고 있다. 장애나 여성, 인종 등에서의 연구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말씀해 주신 내용에 대한 미디어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박슬기 선생) 예를 들어 배구 감독 남녀 보도 차이에서 여성 감독이 발을 동동 구른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피겨 스케이팅을 남자가 하면 힘차고 박진감 있는 것이고, 여자가 하면 아름답고 부드러운 것이다. 이것을 두고 여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종목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김세훈: 젠더에 대해서 최근 몇 년 동안 관심을 갖고 있는데, 차별이냐 구분이냐를 확실히 해야 한다. 운다거나 '동동 구른다'라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아름답다, 예쁘다가 나쁜 게 아니다. 피겨 스케이팅을 남자가 하면 힘차고 박진감 있는 것이고, 여자가 하면 아름답고 부드러운 것이다. 이것을 두고 여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종목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골프에서 완벽한 샷이 나오면 그것을 남녀 가려서 쓰지 않는다.
여자 축구 선수들의 슈팅이 남자보다 강하지 않지만, 강력한 슈팅이라고 쓸 수 있고, 반면 남자 배구 선수들의 플레이를 묘사하면서 아기자기하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 배구를 아기자기하고 하다고 했을 때, 이것이 열등한 것인가.
오태규: 통계나 언어 분석이 어떤 단어를 남녀 똑같이 동등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단어 선택이나 표현에서 젠더 이슈를 의식하면서 쓰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과 다르다. 관습에 젖어 생각 없이 쓰기보다는 고민하면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게 표현하면 엄마의 구실도 하면서 운동선수의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인데, 자칫 자식에 대한 헌신을 마치 엄마만 해야 하는 것처럼, 남자는 가사에서 벗어나 보이게 할 수 있어 미디어가 좀더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
장익영: 엄마 선수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여서, 그렇게 표현하면 엄마의 역할도 하면서 운동선수의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인데, 자칫 자식에 대한 헌신을 마치 엄마만 해야 하는 것처럼, 남자는 가사에서 벗어나게 보이게 할 수 있어 미디어가 좀더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애인 선수의 경우 성공하면, 미디어가 슈퍼맨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걸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사회자: 저도 남자축구대표팀의 경우 남자를 빼고 축구대표팀으로 써왔는데, 남자축구대표팀이 기본 설정값이어서, 축구대표팀(남)과 여자축구대표팀으로 쓰는 게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종목별로 다 구분을 해줘야 할지는 고민스럽다.
김세훈: 남자의 경우 남자축구대표팀, 여자의 경우 여자축구대표팀으로 구분하는 게 바르다고 본다. 또 친정으로 돌아간다거나, 처녀 출전한다는 표현 등은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장익영: 고등학교를 남고, 여고라고 하는데, 사실 그냥 고등학교다. 스포츠에서도 종목단체의 이름에 남자가 기본 설정값이 많은데,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여성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관행이라고 말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있다. '뭐가 문제야'라는 식으로는 바꿀 수가 없다.
오태규: 사회부에서 기사 쓸 때 남녀 구분이 없이 '그'라고 표현한다면, 성별이 중요한 기사일 때 독자는 답답할 수 있다. 그런데 이해하는 데 아무 관계가 없다면, 반드시 성별을 구별해서 쓰는 것이 관행인 것은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관행이라고 말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있다. '뭐가 문제야'라는 식으로는 바꿀 수가 없다.
선수들의 성취를 일반시민의 스포츠 참여로
사회자: 미디어와 언어 문제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메가 스포츠인 올림픽을 보도하면서, 그 보도가 스포츠 대중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영국에 계신 탁민혁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
탁민혁: 젠더 이슈를 넘어서도 BBC는 국영방송으로서 스포츠 대중화와 관련해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메달 성과를 축하하고 그걸 국가적 성취로 기념하는 건 한국이나 영국이나 마찬가지지만, 중계나 뉴스 보도는 선수들의 '성취'를 일반 시민의 스포츠 '참여'로 이어가려는 노력을 다각도록 보여준다. 'Inspire a generation'이라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슬로건을 유산으로 이어가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인터뷰에서 메달의 의미를 그렇게 설명하려고 하고, 해설가들도 해당 종목의 참여 제약 요인들을 설명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 보인다. BBC 홈페이지에는 집근처에서 해당 종목을 접할 수 있는 클럽이나 시설을 검색할 수 있는 페이지가 홍보된다.
영국의 중계나 뉴스보도는 선수들의 '성취'를 일반시민의 스포츠 '참여'로 이어가려는 노력을 다각도록 보여준다. 'Inspire a generation'이라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슬로건도 그렇고, 선수들도 인터뷰에서 메달의 의미를 그렇게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