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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단위 최초 생활임금조례 주민청구... 아직도 통과 안 됐다

"올해 안에 생활임금제 시행하라" 음성군 노동사회단체, 군의회에 조례 제정 촉구

등록 2024.07.01 15:21수정 2024.07.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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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 '음성민중연대' 등 지역 노동사회단체는 음성군청 정문 앞에서 음성군 생활임금조례의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박성우


지난 2023년 6월, 충북 음성군의 노동사회단체는 음성군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조례 청구안을 음성군의회에 제출했다. 주민조례 청구요건인 18세 이상 주민 총수의 1/50(1632명)을 훨씬 넘긴 2356명의 음성군민이 청구인으로서 서명에 참여했다. 군 단위에서는 최초로 주민청구운동을 통해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촉구한 것이다.

이후 그해 9월 5일 안해성 음성군의회 의장은 '음성군 생활임금 조례 주민청구안'을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생활임금조례가 통과된다면 충청북도 11개 시·군 중 음성군이 처음으로 생활임금제도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하지만 2천 명이 넘는 주민이 서명한 청구안이 제출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음성군의회는 아직도 생활임금조례를 의결하고 있지 않다. 군의원들끼리 찬반 의견이 갈린 가운데 오는 7월 9일, 군의회는 정례의원간담회에서 생활임금조례를 두고 마지막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600억 원 넘게 예산 남는데 노동자 위해 10억 원 예산이 아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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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 발언에 나선 김민우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음성군과 군의회는 군 단위 최초로 주민이 생활임금조례를 발의한 것에 대해 자긍과 부담을 동시에 갖고 조례안을 원안 그대로 즉각 통과시켜 올해 안에 생활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성우

 
이에 1일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 '음성민중연대' 등 지역 노동사회단체는 음성군청 정문 앞에서 음성군 생활임금조례의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규탄 발언에 나선 김민우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생활임금제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과 일해도 가난한 노동빈곤의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지방 정부 차원에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도록 도입한 제도"라며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하고 점차 민간에 확산함으로써 소득 불평등 문제의 개선을 위한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본부장은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절반에 달하는 121곳에서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음성군의회는 아직도 조례 제정에 뜸을 들이며 군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있다. 음성군과 군의회는 군 단위 최초로 주민이 생활임금조례를 발의한 것에 대해 자긍과 부담을 동시에 갖고 조례안을 원안 그대로 즉각 통과시켜 올해 안에 생활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민조례 청구안의 대표 청구인인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이 마이크를 쥐었다. 박 실장은 "마트에서, 거리에서, 산업단지 앞에서 생활임금조례 청구인들을 열심히 모은 결과 2300명이 넘는 군민들이 손수 청구안에 서명하셨다"며 "군의회에서 의장님이 청구안을 수리한 지도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간 군의회에서는 생활임금조례와 관련해 여섯 번의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여섯 번의 회의 동안 군의회는 생활임금조례가 가능한지,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관한 문제를 논의했다는데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미 전국에 120개가 넘는 지자체가 수년 전부터 생활임금조례를 시행해 왔다. 지난 10개월을 허비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질책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부산시의회의 생활임금조례 개정안에 대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어 박 실장은 "이미 생활임금제 도입에 따른 예산 추계도 다 해놨다. 약 1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라며 "음성군 예산이 8천억 원이 넘는다. 초과 세입과 사업을 진행하지 못해 남은 예산인 순세계잉여금은 작년 기준 600억 원이 넘는다. 600억 원이 넘게 예산이 남는데도 노동자들을 위해 10억 원을 쓰기가 그리도 힘든가"라고 비판했다.


음성군의회 사무과에 확인한 결과, 음성군 소속 노동자와 음성군이 위탁한 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2023년 충북도 생활임금(1만1010원)을 적용하면 연간 약 10억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2024년 충북도 생활임금은 1만1437원으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올해 기준으로 예산을 다시 추산한다고 해도 10억 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 음성군의 순세계잉여금은 약 673억 원이다.

"생활임금조례는 의지의 문제"... 조례 제정 위한 피켓 시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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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노동사회단체는 2일부터 간담회가 열리는 9일까지 군청 앞에서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위한 피켓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은 시위에 쓰일 피켓의 모습. ⓒ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 제공

 
김 부본부장과 박 실장의 발언 이후 김국배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수석부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김 부지부장은 "음성군은 2023년 기준 22.9%의 경제자립도를 갖고 있는데 전국 지자체 중 상위권에 속한다. 자산대비 부채 비율도 2.8%로 재정건전성도 높은 수준"이라며 "군 단위에서 가장 먼저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전남 해남군의 경제자립도가 7.7%임을 감안하면 생활임금제 도입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의지와 우선순위의 문제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 낭독 이후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들은 "군민의 요구다.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음성 노동사회단체는 간담회가 열리는 9일까지 군청 앞에서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위한 피켓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성우 시민기자는 음성노동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성군 #생활임금조례 #음성군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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