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차시격’의 순화어 ‘배차 간격’을 홍보하는 카드 뉴스
국토교통부
이 가운데는 일반인들과 관련된 '개찰→표 확인, 핸드레일→안전손잡이, 종착역→마지막역, 촉지도→점자안내도, 첨두시간→혼잡 시간' 등의 용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발차"를 "출발"로 "신호모진"을 "신호 위반"으로 "승계운전"을 "교대 운전", '중련→다중 연결, 퇴행운전→후진 운전, 타행운전→무동력 운전, 텅레일→방향 전환 레일' 등으로 순화했다.
이번 순화어의 또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일반인들이 쓰는 쉬운 용어가 어려운 전문용어를 대체한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시발역→출발역, 연결열차→환승열차'와 같이 '출발역, 환승열차' 등은 일반인들이 흔히 쓰는 용어였다. 또한 최근에 많이 쓰이는 영어 약자식 용어도 '시비티시(CBTC/communication based train control)→무선통신열차제어, 아이시디(ICD/inland container depot), ICD(inland clearance depot)→내륙컨테이너기지' 등으로 순화했다. 같은 한자어기는 하지만 '애로구간(隘路區間)→ 병목구간, 양로(楊路)→궤도높이기' 등과 같이 일본식 한자어나 한자를 알아도 풀기 어려운 용어를 쉬운 한자어나 한자어와 순우리말 혼용어로 표준화했다.
순화어 자문에 참여한 한글학회(김주원 회장) 김한빛나리 사무국장은 2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비록 전문용어라 하지만 어떻게 '중련, 촉지도, 텅레일' 등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어려운 용어들을 100년 이상 써올 수 있느냐?"라고 반문하며 이제라도 바뀌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물론 순화어 가운데는 일반인 시각으로는 여전히 어려운 것도 있다. 일반인들이 기차를 탈 때마다 볼 수 있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철도 차량 위에 설치하여 전선(전차선)과 연결하여 전기를 공급받는 장치'는 '팬터그래프(Pantograph)'라 불렀는데, '차량 집전 장치'라고 순화하였다. 순화어가 팬터그래프보다는 쉽지만 '집전'이라는 말이 어려워 차라리 '차량 전기공급 장치'라고 하면 용어가 길어지는 단점은 있지만 더 쉽게 느껴진다.
박영석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과 사무관은 필자와의 이메일에서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130주년 철도의 날(6.28) 기념 KBS 우리말 겨루기(6.24)에서 '시발역→출발역', '개찰→표 확인, 열차시격→배차간격 등의 순화어를 출제했는데 출연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매일 철도를 이용하는 10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앞으로 대국민 홍보에도 힘써 순화 용어를 널리 알리고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여 안전한 철도 환경을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40년간 철도에 근무하다 2021년에 퇴임한 바 있는 이재성씨(세종국어문화원 대외협력관)는 "광궤→넓은 레일 간격, 표준궤→표준 레일 간격, 협궤→좁은 레일 간격 등과 같이 일부 순화어는 원래 용어보다 길어지는 문제는 있지만 쉽게 이해되는 용어로 인해 철도 현장 근무자들에게도 안전한 근무 환경에 도움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광궤, 표준궤, 협궤'는 현장에서는 넓이에 따른 레일 종류로 인식하므로 '넓은 레일, 표준 레일, 좁은 레일'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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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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