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생태 자연은 후손에게 꼭 물려줘야 할 보고"

[인터뷰] 서산버드랜드 한성우 주무관

등록 2024.06.17 10:18수정 2024.06.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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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5년 개관 이래 가장 큰 행사인 아시안 버드페어를 준비 중인 한성우 주무관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서산버드랜드 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방관식

 
우리에게는 별스럽지 않은 인연이 때로는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지난 2016년부터 서산버드랜드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성우 주무관이 그런 경우다.

대학 시절 여행에서 만난 이름 모를 새에 빠져 교수님을 따라 이곳저곳을 탐조하는 청년이었던 한 주무관은 야생조류연구회원들과 서산 천수만의 새를 찾아왔다가 인생의 나침반이 고정됐다.

"대학 4년 때 새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정처 없이 천수만을 방황했습니다. '우리는 조복도 없는 놈들이다' 하고 포기를 하려는 순간 석양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가창오리 떼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죠. 그 순간에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나 합니다."

그날의 날카로운 조우를 잊지 못한 한 주무관은 결국 대학원에서 새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새와 관련해 공부한다는 것을 환영해 주는 이는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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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우 주무관은 지난해 새 전문가로서 큰 오점을 남겼다. 애지중지 키우던 황새 부부가 삵에게 물려 죽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일을 계기로 한 주무관은 새에 대한 사랑을 더욱 견고히 하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 서산버드랜드

 
"졸업하고 양계장을 하려고 하느냐?"는 부모님의 어이없음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새와 인연을 맺은 한 주무관은 군산시에서 철새 업무를 담당하며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2004년부터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가 맹위를 떨치면서 철새는 한순간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고, 급기야 관련 부서가 사라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 주무관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젊은 시절 자신에게 천수만이란 곳을 각인시킨 가창오리와의 인연을 떠올린 것이다. 이후 한 주무관은 서산버드랜드에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철새 업무라고 해서 새만 관리하면 만사형통이 아니다. 결국 사람이 철새를 받아들여야 하는 터라 인근 농민들과의 소통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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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에게 줄 고라니 사체를 준비 중인 한성우 주무관. 넓은 농경지와 철새 도래 시기 인간의 발길이 뜸한 특성을 가진 천수만을 철새들의 낙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한 한 주무관은 앞으로 습지를 조성해 철새가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 서산버드랜드

 
"흑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나면 논둑이 무너진다던가, 독수리가 원형곤포에 상처를 낸다던가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민원들이 생깁니다. 저희가 최대한 원상 복구한다고 해도 완벽하지는 못합니다. 정말 송구하죠. 그래도 대부분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천수만의 철새를 꼭 보존해야 하는 이유로 한 주무관은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관광자원은 물론 향후 각종 DNA를 포함한 생물자원으로서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현재의 이익을 위해 새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해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달 열린 철새의 날 기념식에서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은 한 주무관은 서산버드랜드에서 근무하는 동안 천수만을 떠난 가창오리 떼를 다시 볼 수 있게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그의 꿈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서산버드랜드 #천수만 #한성우주무관 #철새 #아시안버드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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