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충마오한국전쟁 관련 그가 수집한 희귀 사진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쉬충마오.
이영천
이번에 선보인 3권의 사진첩도 마찬가지지만, 그는 유독 컬러 출간을 고집한단다. 무척 고되다는 디지털 복원 방식이 그것이다. 낡은 흑백 사진에 천연색 옷을 입히는 디지털화는, 비싼 비용은 물론 막대한 시간이 추가로 투입되는 세밀하고도 방대한 작업이다. 이 고된 작업을 쉬충마오 자신이 직접 감수한다고.
이유를 묻자 그는 '단순한 사진이 아닌 역사의 순간을 되살려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라 답한다. 흑백 태극기보다 천연색 태극기에 더 가슴 뛰지 않느냐 반문한다.
쉬충마오가 간담회에서 말하길, 자신의 작업은 동아시아에서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소명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비용과 무관하게 책을 출간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그는 덤덤하게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듣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무엇보다 고마움이 앞섰다. 한국인도 아닌 중국인이 잃어버린 한국 역사를 다시 찾아내는 작업에 저토록 열정적으로 매달렸다는 사실이 말이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도 밀려들었다. 어떤 측면에서 대만 국적 중국인인 그는 한국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인물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역할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출판사가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일개 영세한(?) 출판사가 감당하기엔 벅찬 저작권료를 지불했을 것임이 미루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