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껍질을 까고 저장하기 위해 지퍼백에 넣었다.
이숙자
그 말에 이건 무슨 횡재를 한 듯 기분 좋다. 어떻게 하루 사이 그렇게 값이 많이 떨어지나 놀라웠다. 나는 완두콩 네 자루를 사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처럼 시장을 자주 올 수 없어 마늘도 사고 토마토, 참외, 오이 이것저것 먹을 것을 잔뜩 사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같이 간 선생님은 콩만 두 자루 샀는데 나 때문에 수고하는 듯해서 미안했다. 먹을 것을 잔뜩 사니 부자가 된 듯 흐뭇하다.
집에 돌아와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완두콩을 부어 놓고 소파에서 아주 편안한 자세로 완두콩을 깐다. 네 자루나 되는 완두콩 양이 꽤 많다. 사실은 남편과 두 사람만 먹으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딸들이 친정이라고 찾아오면 손에 무엇인가 들려 보낼 것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젊은 사람들은 완두콩을 밥 할 때 넣어 먹는 것보다 요리할 때 더 많이 사용하는 걸 보았다.
혼자 일을 하면 능률이 나지 않을 텐데 남편과 함께 하니 오래지 않아 다 깠다. 지퍼팩에 담아 작은 냉동고 한 칸을 가득 채운다. 이런 작은 일들이 기쁘다. 같이 먹을 사람이 있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사람 사는 일이 소소한 일에 삶의 활기와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 이만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저 감사하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산다는 것은 순환의 법칙에 따라 때에 맞추어 살아가는 일,
작은 일에 나는 만족하며 누군가에게 향기로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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