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딸기 한가득 이즈음 숲에는 사방에 뱀딸기가 지천입니다.
정지환
아이는 자주 외로움을 탔습니다. 시골에서 일곱 남매의 중간에 태어난 아이는 부모에게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죠. 어린 남동생이 가진 것을 자꾸 부러워하고 똑같이 달라고 해서 아버지에게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사방에 들어찬 여름의 소리가 적요를 깨우던 어느 여름날 오후에, 키 큰 관목 그늘에 앉았던 아이는 뱀딸기를 입에 물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걱정했어요. 세상은 여자아이에게 적대감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연두는 바람에 젖으며, 비에 흔들리며, 중력에 솟구쳐 오르며, 시선에 꿰뚫리며
녹색이 되어간다
웅크렸다 풀리며 초록의 세계로 진입하는 견고함이다
(조용미 시 '연두의 습관' 부분)
아이는 잘 자라 어른이 되어 샛강숲을 걷고 있습니다. 시골의 자연을 떠나 도시에서 살지만, 자신을 잘 키워준 자연에 대해, 어린 시절의 뱀딸기와 팽나무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시에 나오는 연두처럼 '바람에 젖으며, 비에 흔들리며' 녹색이 되었죠. 이제는 주위를 돌볼 줄도 알고 한결 너그러워졌어요.
40년 전 그 아이는 샛강숲에서 뱀딸기 덤불을 서성입니다. 어릴 때는 살아갈 날들이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세상에 나와보니 다정한 사람들이 있고, 또 도심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이기며 살아가는 자연 속 생명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