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샘이 막혀 항시 눈물이 고여 있으니 인공눈물도 필요 없구나.
최은경
아, 몸의 놀라운 자체치유능력이여! 나의 눈이 눈물샘을 막아 수분을 확보하려는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단 생각을 하니 감동의 눈물이 차올랐다. 앗, 또 수분 보충 완료. 인간의 뇌는 늘 항상성을 유지한다더니, 병원에 왠만하면 가지 않는 나를 잘 아는 내 뇌가 내 몸뚱이를 열심히 관리중인 듯하다.
엊그제 남편 김관장의 선배님 노모 팔순 잔치에 갔다. 돌잔치처럼 귀여운 아가도 없고, 돌잡이 같은 이벤트도 안 하고, 가장 중요한 상품 추첨도 없이 귀 따가운 뽕짝만 불러대는 통에 지루해진 나는 또 하품과 함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손등으로 해결이 안 돼 휴지를 동원해 계속 닦아내고 있는데, 같이 갔던 김관장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남의 팔순 잔치에 와서 뭘 그렇게 울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감성 충만한 하객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물샘이 고장나서 불편하단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그덕에 안구건조증을 못 느끼고 살 수 있으니 고장난 눈물샘이 복덩이처럼 느껴진다. 아니, 안구건조증이 있는 눈에는 고장난 눈물샘이 특효약이라고 주장할 판이다. 큰불은 맞불로 끈다는 말이 있다. 맞다, 병도 병으로 고쳐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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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호기심 많은, 책 만드는 편집자입니다. 소심한 편집자로 평생 사는가 싶었는데, 탁구를 사랑해 탁구 선수와 결혼했다가 탁구로 세상을 새로 배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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