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연합뉴스
그럼, 최근 벌어진 저널리즘 원칙을 훼손한 사건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5월 24일, '대통령의 저녁 초대'라는 이름으로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입니다. 말만 간담회지 국정의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저 먹고 웃고 떠드는 '그들만의 잔치'였습니다.
200여 명의 기자가 초대받아 참석했지만, 최대 현안인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의혹은 화제에 오르지도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이 마련한 산해진미를 맛보느라 여념이 없었는지 서민의 삶을 옥죄고 있는 물가고를 입에 올리는 기자도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김치찌개를 더 달라는 애교 목소리, 윤 대통령이 하얀 목장갑을 끼고 말아주는 계란말이에 환호하는 모습만 돋보였습니다.
대통령과 함께 환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기자들의 사진은 쳐다보기 민망했습니다. 여기서 춘향전에 나오는, '금 술잔의 좋은 술은 만백성의 피요, 옥 쟁반의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다. 촛농 흐를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풍악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도다'(금준미주 천인혈 金樽美酒千人血, 옥반가효 만성고 玉盤佳肴萬姓膏, 촉루락시 민루락 燭淚落時民淚落, 가성고처 원성고 歌聲高處怨聲高)'라는 유명한 시를 연상한 사람이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 장면은 '대한민국 1호 기자'를 자임하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권력 감시는커녕 권력과 한통속이라는 혐의에 확신을 더해줬습니다. 기자 사회에는 '취재원과 가까워서도 멀어서도 안 된다'라는 '불가근불가원'이라는 금언이 있지만, 이제 그 말에서 '불가근'을 삭제해야 할 판이 됐습니다. 만찬 이후에도 참석 기자 200여명 가운데 그날의 일에 관해 제대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글을 쓰는 기자를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국 저널리즘의 회생에 대한 기대를 '확인 사실'한 꼴입니다.
맥락과 배경 무시한 북한 '오물 풍선' 편파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