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자료사진).
픽사베이
희망과 절망 사이 항암 과정을 겪으며, 상처를 보듬고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두 번의 항암 치료가 끝내 실패하자 미셸의 엄마는 고국과 한국 가족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 한다. 바람대로 가족들은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만, 장거리 비행이 역시 무리였던 걸까. 급성패혈증이 진행되면서 꿈꾸던 여행은 물거품이 되고, 엄마의 몸 상태는 급격히 악화된다.
엄마 임종 전에 서둘러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 그리고 얼마 뒤 이별의 순간. 엄마 장례식 뒤, 한국에서 건너온 가족들에게 된장찌개를 끓여내는 미셸은 그렇게 엄마의 딸로 서서 변해 버린 세상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셸은 혼자 H마트(한인마트)에 가서는 가족들이 자주 먹던 김 브랜드가 뭐였는지 몰라 습관대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그 순간 이제는 물을 엄마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는 펑펑 우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하는 이의 빈자리는 결코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픔 또한 끌어안는 것일뿐.
"엄마가 사라지고 나니 이런 것들을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기록되지 않은 일은 엄마와 함께 죽어버렸으니까. 한낱 기록과 내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제 엄마가 남긴 표식을 단서로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은 오롯이 내 숙제가 되었다. 이 얼마나 돌고 도는 인생인지, 또 얼마나 달콤 쌉싸름한 일인지."- <H마트에서 울다> 중 (p.173, e북 버전)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 이제야 제대로 추모합니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나 또한 아이를 낳고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돌아가신 엄마를 제대로 추모하고 기억하기 시작했다.
아이 기저귀를 갈다가, 어릴 적 내 동생 똥 냄새도 구수하다며 웃으시던 엄마 얼굴 생각이 나서 눈물이 뚝, 아이들 운동회에서 학부모 달리기 하고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데 기억 속 엄마 모습과 내가 꼭 닮아서 눈물이 뚝. 도시락을 쌀 때면 매일 도시락과 같이 넣어주시던 엄마 쪽지와 손글씨가 생각나서 눈물이 뚝뚝. 이제야 운다.
<H마트에서 울다>에서 작가 미셸은 엄마가 해주시던 한국 음식을 통해 절절한 사모(思母)의 마음을 담는다. 글쓴이는 이 책을 통해 당신 삶을 열심히 살다가, 어느날 문득 엄마 생각이 나면 울어도 괜찮다고, 엄마는 기억 속 과거형 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게 만드는 따뜻한 공감이고 위로라고 얘기해 주는 듯하다.
이 책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서 표현하기조차 꺼리던 내게, 이렇게 글로 엄마에 대한 감정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줬다.
글을 쓰면서 드디어 엄마 생각에 푹 빠져볼 수 있었다. 작가 미셸의 말처럼 엄마가 남긴 표식을 단서로 나 자신을, 지나온 내 인생을 이해하는 오롯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부디 그런 선물같은 시간이 주어지기를.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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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국에서 활동중인 김명주 입니다. 현지에서 소재를 찾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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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갈다 눈물 뚝뚝... 엄마가 돼서야 이해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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