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할아버의 성함은 게리 쿠퍼였다.
박승일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대문 옆 빨간 우편함이 보였다. 우편함 옆면에는 손글씨로 하이눈, 게리 쿠퍼(Gary Cooper),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라고 써 있는 글씨가 보였다.
사실 이게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알고보니 <하이눈>은 영화제목, 게리 쿠퍼, 그레이스 켈리는 이 영화의 주연 배우로, 1950년대 유명했던 미국의 영화배우였다. 왜 이걸 우편함에 붙여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낭만적인 분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낭만적인 삶이 부러웠다. 그리고 어떤 분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집 앞에서 두리번거렸지만 끝내 주인공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 뒤로 한 시간 넘게 동네 이곳저곳을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는 내린 결론이 있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나도 나이가 들어 누군가에게 이유 없는 웃음을 주고 싶다'라는 얘기다. 그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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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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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라지" 표지판에 웃음...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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