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연간 개인컵 사용 실적(출처:스타벅스)
녹색연합
그린워싱 논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9월, 스타벅스는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음료를 구매하면 행사를 기념해 만든 다회용컵에 담아주는데 이 다회용컵은 한정판 굿즈가 돼 시민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시민들은 줄을 서 기다렸고, 주문이 몰려 대기시간이 1시간, 대기음료가 수백 잔에 이를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당시 잦은 이벤트로 인한 직원들의 업무 부담 가중, 주문량 폭증에 따른 대기시간 증가, 컵을 받기 위해 음료를 대량 구매한 후 컵만 가져가고 음료를 버리는 등 많은 문제가 나타났다. 심지어 행사일에는 텀블러를 가져가도 리유저블컵을 가져가도록 안내해 다회용컵 인식 확대라는 행사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는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10월 1일)을 기념한 행사로 글로벌 스타벅스가 공동으로 참여했지만, 당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행사 내용은 나라마다 달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싱가포르, 대만 등 7개 국가에서는 200만 개의 다회용컵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10월 1일부터 다회용컵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110엔을 더 할인해줬다.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는 행사 기간 동안 다회용컵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무료로 음료를 제공했다.
스타벅스가 다회용컵 사용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단 하루의 행사라 할지라도 다회용컵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컵을 가져오도록 했어야 한다. 또한 음료를 1회 주문 시 최대 20잔이 아니라, 1회 주문 시 1잔만 주문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컵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한 명이 20잔을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로 100만 개 이상의 리유저블컵이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는 다회용컵 인식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굿즈에 대한 소비욕구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100만 개의 다회용컵 쓰레기를 남겼다는 비판은 피해 갈 수 없었고 그린워싱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텀블러 판매보다 이용빈도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는 2023년 국내 연 매출이 3조 원이 육박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2.9%, 14.2% 증가했는데 이는 점포 수 확대와 연말 다이어리 등 굿즈(상품)를 증정하는 프리퀀시 행사 인기로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겨레>는 지난 2021년 3월 스타벅스가 한 달간 출시한 굿즈가 총 8건으로 출시 때마다 머그·텀블러·기프트카드 등이 세트로 출시되기 때문에 한 달에만 수십 종에 이르는 굿즈들이 나온다고 보도했었다. 텀블러의 디자인을 바꿔 계절마다 기념일마다 출시하면서 텀블러 판매량을 높이는 상황이다. 스타벅스는 소비자에게 텀블러를 하나 사서 오래 쓰라는 메시지는커녕 굿즈를 수집하도록 하는 마케팅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닌가.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대학교 학생을 1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2021년 7월) 응답자의 91%가 '텀블러를 소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82%가 '텀블러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을 보면 텀블러 보급률은 높지만 실제 사용하는 빈도가 크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타벅스가 일회용컵 대신 개인컵 사용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시즌마다 텀블러 굿즈를 판매할 것이 아니라 이미 소유하고 있는 텀블러를 집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