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풀면 책 한 권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모아 책을 만들었다
픽사베이
어느 수업에서 남자 어르신의 식사 제안을 받았다. 둘만 만나기는 부담스러웠고 다음 일정도 있는 터라 두 번 연속 거절했다. 그랬더니 3주차에 그 어르신은 수업을 철회를 하셨다. 철회 이유는 '강사가 불친절함'이었다.
다른 수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전략을 바꿨다. 광대는 살짝 올리고 눈꼬리는 부드럽게 내리며 대답했다.
"제가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그건 어렵겠네요."
"밥 그거 30분이면 먹는데 그 시간도 없어요?"
"제가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그건 어렵겠네요."
"내가 글을 좀 더 잘 써보려고 해요. 밥 먹으면서 힌트 좀 줄 수 있잖아요?"
"제가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그건 어렵겠네요."
교실을 나가던 다른 어르신이 '젊은 사람들은 원래 바쁘니 빨리 나오라'며 말을 보탰다. 대화는 그렇게 끝났고 그분은 2주간 결석하더니 수업 철회를 했다. 사유는 '건강상 문제'였다.
상대방의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다칠 수도 있기에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일은 분명 부담스럽다. 그런 일을 몇 번 겪다보니 다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라간 광대와 부드럽게 내려간 눈꼬리가 생각보다 간단하게 상황을 해결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희미하게 간직한 이야기를 수업에서 선명하게 풀어내는 어르신들을 보면, 그 풀어낸 이야기에 뿌듯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 믿음은 이 일을 되도록 오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만든다. 그러니 어쩌다 치고 들어오는 무례함을 무력화 시키는 건 이 일의 지속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삶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다 그럴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든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을 터, 예상 못한 공격을 가볍게 받아치는 단단함을 쌓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우선 올라간 광대와 부드럽게 내려간 눈꼬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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