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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화합물 반도체 소재' 개발로 첨단산업 '눈'에 힘 싣다

[세상을 깨우는 발견] 표준연, 초고감도 단파장 적외선 센서용 새 반도체 소재 개발 성공

등록 2024.05.30 09:36수정 2024.05.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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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가 개발한 SWIR 센서용 InAsP 소재 모식도 ⓒ KRISS 제공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의 빛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변화하는 적외선 센서, 특히 초고감도 단파장 적외선(SWIR, short wavelength infrared) 센서는 적외선 대역 중 파장의 길이가 1.4∼3.0 마이크로미터(μm) 사이라 연기, 안개 등을 잘 투과하고 물체가 가진 고유의 빛 스펙트럼을 탐지할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SWIR 센서는 대역의 특성상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시각 정보를 제공하고, 물체로부터 반사되는 적외선과 물체가 직접 방출하는 적외선 모두를 탐지할 수 있어 첨단산업 분야의 '눈(眼)'으로 사용된다. 그동안 야시경이나 전투기용 레이더 등 군사 장비에 주로 활용돼 왔으나 최근 자율주행 차량의 카메라부터 반도체 공정 모니터링, 식물 성장을 관찰하는 스마트팜 카메라 같은 스마트 IoT 센서 등에 널리 쓰임이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SWIR 센서에 쓰이는 화합물 반도체(compound semiconductor) 소재보다 검출 대역·신뢰도가 높은 '고품질 화합물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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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KRISS 책임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메타모픽 구조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 KRISS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은 30일 반도체디스플레이측정그룹 연구팀이 이같이 SWIR 센서용 '고품질 화합물 반도체 소재 개발' 성공했다고 알리면서 "차세대 첨단산업 센서로 즉시 상용화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KRISS에 따르면, 적외선 센서에서 빛(광신호)을 감지하고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은 반도체 소재가 수행한다. 무엇보다 첨단분야에 활용되는 SWIR 센서에는 두 종류 이상의 원소를 결합한 화합물 반도체가 사용되는데, 단일 원소 기반인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전자 이동성이 월등히 높아 미량의 빛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고 전력 효율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KRISS는 "현재 SWIR에 가장 흔히 쓰이는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인듐-포스파이드(InP) 기판 위에 인듐-갈륨-아세나이드(InGaAs)를 광 흡수층으로 성장(증착)시킨 InGaAs 소재"라며 "하지만 InGaAs 소재는 제작 공정에서 발생하는 격자 불일치(lattice mismatch)와 자체 물성의 한계로 인해 일정 성능 이상의 SWIR 센서를 제작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고 짚었다. 

참고로, '격자 불일치'란 화합물 반도체의 박막을 증착할 때 원소들의 격자 구조가 달라 생기는 오류로, 불필요한 암(暗)전류가 발생해 소재의 성능을 저하시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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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가 개발한 InAsP 소재 기반 SWIR 센서(좌)와 반응 스펙트럼(우) (좌) 실제 제작된 다양한 면적의 InAsP 검출 소자와 냉각 모듈과 함께 진공 포장된 SWIR 센서 (우) InGaAs 소재 기반의 센서(보라색)보다 InAsP 소재 기반의 센서(주황색)가 넓고(분홍색 영역) 우수한(하늘색 영역) 반응 스펙트럼을 보인다. ⓒ KRISS 제공

 
이에 KRISS 연구진은 InP 기판 위에 인듐-아세닉-포스파이드(InAsP)를 광 흡수층으로 성장시킨 InAsP 소재를 새롭게 개발해 냈다. 

KRISS 연구진은 "기존 InGaAs 소재보다 상온에서 신호 대비 잡음이 낮아 신뢰도가 높고, 성능 저하 없이 광검출 가능한 대역도 1.7 μm에서 2.8 μm까지 넓어졌다"면서 "기술의 핵심은 격자 불일치를 완화하는 메타모픽(Meta-Morphic, 격자이완층)을 제작해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박막(기판과 광 흡수층) 사이에 As와 P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조성한 메타모픽 구조를 삽입했고, 이는 물성과 격자 크기가 다른 두 박막이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한다"면서 "그 결과, 격자 변형을 크게 완화해 높은 품질은 유지하면서 밴드갭(band gap)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밴드갭이란 전자가 모여있는 공간과 전자가 없는 공간 사이의 틈을 말하며, 밴드갭이 넓을수록 전자의 이동성이 우수하고 낮은 결함 밀도를 갖는다고 한다. 


이상준 KRISS 반도체디스플레이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국가 전략물자로 해외 수입이 쉽지 않아 독자적인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개발한 소재는 즉시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전투기용 레이더, 의약품 결함 검사,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 등 미래산업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차세대화합물반도체 핵심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 19)>에 지난 2월 26일자로 오프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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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 이상준 책임연구원(좌)과 전병선 책임연구원(우)이 자체 개발한 InAsP 소재 제작을 위한 성장 조건들을 확인하고 있다. ⓒ KRISS 제공

#KRISS #반도체소재 #초고감도단파장적외선 #고품질화합물반도체 #SWIR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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