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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계란말이 말고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합니다

[取중眞담] 이종섭 장관과 개인폰 세 번 통화 기록 나와도 공식 입장 없는 대통령실

등록 2024.05.30 07:06수정 2024.05.3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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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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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와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지난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이 경찰로 이첩된 직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나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첩 기록 회수와 수사단장 처벌을 지시한 사람이 윤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일 오후 12시부터 1시 사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한 통화기록이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28일 오후다. 대통령실은 29일 오전까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브리핑도 열지 않았다. 개별적인 언론 취재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거나 '일상적인 소통'이라는 정도의 말만 나왔다. 즉 공식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 이종섭 장관에게 한 말이라고 밝힌 것은 '인명사고에 대한 질책'밖에 없다.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은 "어떤 생존자를 구조하는 상황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그 시신을 수습하는 그런 일인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 …(중략)… 좀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인명사고에 대한 질책'을 8월 2일 세 차례 있었던 대통령-국방부 장관 전화통화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 차례 통화 후 이뤄진 국방부의 조치를 보면 대통령이 직접 밝힌 내용과 오히려 상반되기 때문이다.   

세 번의 통화가 이뤄진 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이 경찰로 이첩된 직후다. 세  번의 통화가 끝난 뒤 국방부 검찰단장은 회의를 열어 이첩된 기록을 회수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경북경찰청으로 출발했다. 해병대 사령관은 인사처장에게 박정훈 수사단장을 보직해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전화해 '왜 실종자 수색을 무리하게 진행해 병사가 죽게 만들었느냐'고 질책했는데, 그 사고를 초동 조사해서 사단장의 책임까지 명시한 수사단장을 해임하고 조사기록을 회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정말로 '왜 무리해서 사고를 냈냐'고 질책했다면, 조사기록을 회수하고 수사단장을 보직해임한 뒤 항명죄로 기소한 국방부가 오히려 대통령에 항명을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대통령이 했다는 질책과 실제 국방부의 조치 결과가 상반되면, 과연 대통령의 질책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었을까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의문이다. 이 세 번의 전화 통화가 확인되면서 왜 그토록 무리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을 주 호주 대사로 내보냈는지도 짐작은 된다.


닷새 전엔 "언론 덕에 여기까지 왔다"더니 또다시 '입꾹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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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 연합뉴스


문제는 사태가 이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아무 말도 않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론인들에게 김치찌개를 퍼주면서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고 또 공격도 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이 언론 때문에 저와 우리 정치인들 모두가 여기까지 지금 온 것"이라고 말한 게 불과 닷새 전이다(관련기사 : 김치찌개 퍼준 윤 대통령 "언론인 해외연수 대폭 늘려라" https://omn.kr/28sxf).

언론인과의 만찬에서 대통령은 계란말이도 말아줬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한 언론인 장기해외연수도 크게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여러분들과 더 공간적으로 가깝게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또 여러분들의 조언과 비판도 많이 듣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도록 할 것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8월부터 대통령실은 사건의 진실을 밝힌 적이 없다(관련기사: 'VIP 수사외압 의혹' 전면 부인 못한 대통령실 https://omn.kr/25epf) 수사 외압의 정황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는 현재도 대통령실은 아무 말이 없다. 닷새 전 대통령의 말은 그냥 '잘 지내자'는 것일뿐,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돕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격노'를 말한 적이 없다던 해병대 사령관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고, 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다는 이종섭 전 장관의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객관적인 증거와 증언에 의해 모두 다 드러나기 전에, 대통령실은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바란다. 대통령이 기자를 자주 만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대변인과 기자들이 만나는 브리핑을 정기적으로, 또 자주 여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퍼주는 김치찌개 한 그릇보다 한 숟갈이라도 대통령실의 진실한 답변이 더 필요하다. 
#대통령실 #윤석열 #이종섭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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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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