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거제YWCA성폭력상담소는 24일 거제시 가정행복지원센터 다목적홀에서 “당신을 기억하며, 폭력 없는 세상을 꼭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추모식을 열었다.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왜 지켜주지 못했을까요. 지킬 수 있었는데 지키려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닌가요. 법이 있는 우리나라, 법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나라 아닌가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오늘 떠나보내는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안전한 나라가 맞는지 묻게 됩니다. 왜 지켜주지 않았나요? 왜 안심하라는 답을 줄 수 없었나요?"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동갑내기 전 남자친구에게 맞아 목숨을 잃은 ㄱ(20)씨를 추모하며 한 말이다. 윤 대표는 24일 오전 거제시 가정행복지원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눈물을 보이며 추모사를 했다.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거제YWCA성폭력상담소는 이날 '당신을 기억하며, 폭력 없는 세상을 꼭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추모식을 연 것이다. 이들 단체는 "차가운 병원에서 40여 일을 외롭게 보낸 님이 이제는 먼 길을 떠나려 한다"라며 "가는 길 외롭지 않고 슬프지 않게 함께 배웅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ㄱ씨는 지난 4월 1일 거제시 고현동 소재 원룸에서 동갑내기 남자친구인 ㄴ씨에게 얼굴과 머리를 구타 당해 외상성경막하출혈, 뇌출혈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10일 숨을 거두었다.
남자친구 ㄴ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가 검찰이 긴급성을 요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해 풀려났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회신 등에 따라 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20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ㄴ씨가 풀려난 뒤 장례를 미뤄왔던 유족 측은 25일 발인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장례에 앞서 열린 추모식에는 많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았을 사람"
윤소영 대표는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았을 사람, 누려야 했던 행복과 경험이 너무도 많이 남았던 사람, 꿈과 사랑, 가족과 친구들, 주변에 그 사람으로 인해 행복해 하던 모든 이들을 힘겹게 떠나는 안타까운 청춘을 오늘 보내고자 한다"라며 "갑작스런 이별 앞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인지,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되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고를 해도, 피해를 당했다고 해도, 내가 위협받고 있다고 해도, 결국 목숨을 잃어도 피해자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경찰들, 법이 없다면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아무 것도 만들지 않는 국회의원들, 있는 법으로도 적극 조치를 취하지 않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서비스 대상자라고 착각하는 사법당국의 검찰들, 재판관들, 그리고 내 일이 아니라서 무관심한 사람들, 그리고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도 다시 가해를 하는 무지한 사람들. 그들은 떳떳한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