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지영 사무장이 발언중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저는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이지영 사무장의 남편 권민우(가명)입니다. 아내는 옵티칼에서 일할 때 처음 만났습니다. 3년 반 정도 연애하다가 결혼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부부 사원으로 함께 공장을 다녔습니다. 공장이 청산 문자 보낸 걸 받고 당황해서 서로를 쳐다보며 대화했던 게 생각납니다. 부부가 동시에 직장을 잃는 건 큰일이잖아요. 그때 노동조합 찾아가서 설명회도 들었습니다.
둘이 같이 결정했습니다. 한 명은 희망 퇴직한 후 생계를 책임지고, 다른 한 명은 노동조합 투쟁을 하기로. 둘 중 조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남자가 유리했습니다. 그리고 공장 교대근무가 꽤 힘듭니다. 아내가 교대근무보단 쉬운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노조 투쟁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습니다. 요즘엔 '차라리 내가 투쟁을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아내가 노조 사무실에서 농성도 자주 하고 더운 날, 추운 날 밖에서 선전전하는 걸 보면 안쓰럽습니다.
다치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아내는 집에 오면, 노조 투쟁에 대해 자주 이야기합니다. 아주 세세하게 말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스트레스가 많을 때나 큰일이 있을 땐 이야기하고 저는 잘 들어주려 합니다. 회사의 첫 법적 압박은 가압류였는데, 집 보증금이 가압류 됐다고 들었을 때 솔직히 좀 걱정했습니다. '빚이 생기진 않을까', '살아가는 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아내에게 "이거 혹시 문제 되는 거 없을까?"라고 물으니, 아내는 "크게 문제 되는 거 없을 거 같아"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를 믿었습니다.
저번엔 아내가 다쳤더라고요. 사측 대응하다가 다쳐서 발에 반깁스한 적도 있고 갈비뼈에 금이 가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습니다. 아내가 다칠 때마다 속상합니다. 다칠 거면 그만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너무 힘들면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까 아내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다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린 함께 평택으로 갈 겁니다
아내는 '꼭 끝까지 싸워서 이기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저도 아내와 같은 마음입니다. 회사와 노동조합이 의견이 맞아서 금세 해결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생각처럼 금방 해결되지 않는 게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내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진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만약 회사가 앞에 있다면, "이제 받아들이고 그만 좀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내의 투쟁이 승리하면, 저희는 함께 평택으로 갈 겁니다. 같이 가야죠. 가족이니까. 떨어질 수 없으니까.
PART 2.- 앞으로 나아가는 아내 "남편과의 시간이 소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