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봄 알바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

잊고 있던 인생의 진리를 알려주는 아이들

등록 2024.05.21 14:10수정 2024.05.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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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맞이한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경제적 독립'이었다. 부모님의 용돈만으로 부족했기에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동안 카페 알바조차 제대로 해 본 적 없었던 20살의 나는, 특별한 경력 없이도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아이 돌봄 알바를 찾았다.

작년 여름 5살 아이와 책을 읽던 중 "선생님이 동화구연 해주니까 영어가 안 어렵고 재밌어요!"라며 웃어주던 순간, 새로운 인생 목표가 떠올랐다. 나의 능력으로 누군가의 성장을 이끌고 더욱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정식 영어교사로서의 길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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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영어수업 4살-8살 아이들과 함께한 수업결과물, 아이들의 순수함과 창의성이 엿보인다 ⓒ 여경민

 
21살에는 수업 경력과 좋은 후기가 쌓여,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을 마주했다. 교육열 높은 학군지 부모님들로부터 수업 요청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2년간,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만나 수업했다.

천사같은 얼굴로 웃어주고 영어가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늘 존경을 표해주시는 학부모님들 덕분에, 미래의 내가 지녀야 할 좋은 부모의 모습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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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선물 가장 오래 수업한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준비한 감사편지이다. ⓒ 여경민

 
방문 과외를 하며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자립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의 3배에 달하는 시급을 받으며 더 이상 부모님의 용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여기서 잠깐, 아이들 돌보는 일인데 수입도 좋다고? 이렇게 생각했다간 큰코다치기 마련이다. 나도 내 과외 사진을 본 동기에게 "너 돈 참 쉽게 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모르는 친구들이 보기엔 충분히 부러운 마음에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다고 해서 일이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좋아하던 영어와 아이 돌봄이, 잘 해야만 하는 업무로 바뀌었을 때 오는 회의감이 나를 힘들게 한다. 교육 비전공자로서 가치 있는 수업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내가 '수익을 쫓는 것인지 아이의 성장에서 오는 성취감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하는 고민도 생긴다. 매일 초심을 다잡으려 애쓰지만, 대학생이 학교 공부와 학부모 상담까지 병행하기엔 감정적으로 벅찬 순간도 많다. 

그럼에도 내가 돌봄알바를 지속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아이들의 시선으로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순수한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이, 어른인 나에게 큰 교훈을 준다.

"실패는 끝난 게 아니라 다시 도전할 기회가 생긴 거예요"라며 좋아하던 아이, 게임 시작 전 "우리 이기고 지는 거 없이 그냥 재밌게만 놀면 안 돼요?"라는 질문으로 나를 놀라게 만든 아이가 기억난다.  

어쩌면 어른들이 놓쳐버린 것을 아이는 낮은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닐까? 자라는 새싹들에게서 나는 늘 인생의 진리를 배운다. 아이의 세상에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
#대학생 #알바 #사는이야기 #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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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상 속 행복을 전하는 대학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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