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과 아제르바이잔 국경 지대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댐 준공식 참석 후 타브리즈로 돌아오던 중 탑승한 헬기가 산악 지대에 추락하면서 사망했다. 2024.05.20
연합뉴스
이란의 강경 보수 정권을 이끌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돌연 사망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란 정부는 20일(한국 시각)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함께 헬기에 탑승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타브리즈 지역 성직자 이맘 아야톨라 알 하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등 당국자 3명과 조종사, 경호원 등 9명이 전원 숨졌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뒤 타브리즈의 정유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했던 헬기는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 속에 비행하다가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으며, 헬기는 불에 완전히 타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세력 숙청... '죽음위원회' 일원 지목된 라이시
이슬람 성직자 집안에서 태어난 라이시는 현재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제자가 되어 신학을 배웠다.
18세 때였던 1970년 친미 정권인 팔레비 왕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라이시는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출범하고 2년 뒤인 1981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강경파의 반체제 인사 숙청을 이끌었다.
하메네이의 신임을 얻은 라이시는 사법부 수장을 지냈고 최고 지도자의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 부의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들은 5천 명이 넘는 정치범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이른바 '죽음위원회'(death committee)의 일원으로 라이시를 지목했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비인간적인 조치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라이시를 2019년 제재 대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