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곶자왈에서 사진 촬영 중인 정부희 박사. 아들 승진배씨가 촬영한 사진이다.
정부희
- 요즘 어떤 곤충을 주로 연구하시나요?
"제 주전공인 '버섯살이 벌레' 채집을 위해 최근 제주도 곶자왈에 다녀왔습니다. 곶자왈은 버섯살이 곤충의 산실이거든요. 제주도가 따듯하고 비가 많이 와서 남방 종들이 많아요. 열대나 아열대성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친구들이 많이 있죠. 워낙 대자연에 사람도 없는 곳이라, 곤충학도인 둘째 아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 아들도 곤충을 연구하나요?
"네, 제가 버섯을 먹고 사는 곤충을 연구한다면, 아들은 똥이나 시체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는 '풍뎅이붙이'를 연구해요. 곶자왈에 가서 아들이 소똥을 뒤질 때 저는 그 옆에서 촬영하고, 제가 버섯살이 곤충을 찾을 때 아들은 버섯 벌레의 포식자를 찾았습니다."
- 채집은 어떻게 하나요?
"보통 살아있는 경우를 채집해요. 필요할 땐 벌레의 날아다니는 습성을 이용해 트랩을 만들기도 합니다. 요즘은 DNA 실험을 하니까 그걸 위해서 발톱을 소량 체취해요. 채집한 어른벌레의 경우, 수명이 열흘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죽으면 표본으로 제작해요. 그 표본을 가지고 관찰하고 논문을 쓰죠."
- 그렇다면 야행성 벌레는 어떻게 관찰하는지 궁금해요.
"곤충학자들끼리 두세 명 정도 같이 가서 '등화 채집'을 합니다. 불을 켜 놓고 불에 날아오는 야행성 곤충을 보는 거죠. 장비가 필요해서 최소한 두 명은 필요합니다. 메뚜기류, 사마귀류, 나방류 등의 야간 곤충은 6월 여름부터 9월까지 많이 보여요."
-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벌레 서식지는 어디인가요?
"제주도는 남방 종, 강원도는 북방 종의 대표적인 서식지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돼 예전처럼 구분이 뚜렷하지는 않지만요. 다만, 강원도는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자연이 많이 손상됐어요. 올림픽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은 인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벌레들이 남아있는 곳은 사람들이 안 다니는 지역이에요. 강원도 오대산, 속초 설악산 울산바위 가는 길엔 곤충이 없어요. 사실 제주도도 개발이 많이 됐는데, 곶자왈이 있어 다행이에요."
정부희 박사가 벌레를 사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