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지난 10일 세종보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김병기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물관리위 결정에 대해 "독선적이고 독재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허 전 위원장은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수년간 논쟁을 통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이 단 15일만에 뒤집는 것을 보고 심한 우울감에 빠졌다"면서 "합리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책이 바뀌었을 때 저 자신이 완전히 부정당한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허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세종보 재가동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보 상류 300m 지점 하천부지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허 위원장은 천막 안에서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임도훈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간사,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40여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결정은 절대 훼손되지 않을 것? 순진했다"
허 전 위원장은 2019년 8월부터 3년 동안 국무총리와 함께 제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지냈다. 그가 물관리위원장을 재임할 당시인 2021년 1월 18일, 위원회는 공동위원장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세종보‧죽산보는 해체하되, 시기는 선도사업‧모니터링과 지역여건 등을 고려,
공주보는 부분해체하되, 시기는 상시개방 하면서 지역여건 등을 고려,
백제보‧승촌보는 상시개방하되, 모니터링 자료 확보‧용수공급대책 등 병행"
국가물관리위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57차례 이상 회의를 하면서 환경부의 제시(안) 및 후속 연구결과와 과학적인 개방·관측(모니터링) 자료 등을 보고받고 토론과 검증과정을 거쳐 이런 결정을 내렸다. 회의 기간만 1년 3개월, 2017년 6월부터 시작된 모니터링 기간을 포함하면 3년 반 정도의 검증 기간을 거친 셈이다. 또 금강과 영산강, 섬진강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각각 합의해서 의결한 뒤 제출한 보 처리방안 의견을 종합 검토한 결과였다.
허 위원장은 "물관리위원회 위원들 중에는 4대강 보로 물이 깨끗해진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를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위원들도 있었는데, 저희는 합의된 결과를 목표로 일을 했기 때문에 절충안이 필요했고, 만장일치된 의견으로 최종 결정을 했다"면서 "충분한 조사와 찬반 의견 조율을 통해 어렵게 결정됐기에 앞으로도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단, 15일만에 뒤집힌 결정... 속전속결 '문재인 정부 지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