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심은 해당화
이혁진
엊그제 병원을 다녀오다 도로에 심어놓은 꽃을 보고 아내가 걸음을 멈췄다. 활짝 핀 '해당화' 때문이다. 화려한 꽃잎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갖다 댔다.
아내는 꽃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할까. 꽃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흔들거리는 '버들강아지'를 보고 귀여운 애교를 부린다고 한다.
아내가 꽃을 바라보는 모습은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과 유사하다. 봄을 알리는 연두색 꽃망울을 보고는 "저 이쁜 것들 봐!"라며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감동이 강물처럼 흐른다.
바로 그거다. 아내는 꽃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다. 수술과 씨방, 꽃받침까지 속속들이 살피는데 관찰하는 모습은 마치 식물학자 같다.
아내는 시골에서 자라서 들에 핀 꽃들도 많이 알고 있다. 내가 모르는 풀과 꽃들을 가끔 가르쳐주기도 한다. 설명을 들을 때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절로 드러난다.
아내는 어릴 적 친구들과 쑥을 뜯거나 나물을 캔 추억을 들려준다. 60세가 훨씬 넘은 친구들은 지금도 쑥을 뜯어 이것으로 떡을 만들어 돌린다고 한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란 아내는 도회지에서 큰 나와 여러모로 정서가 다르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아내의 어린 시절 풍경은 내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아내의 풀과 꽃사랑은 환경이 바뀌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다. 아내가 지금도 고향 사투리를 잊어버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내는 산길에서 예쁜 꽃이나 풀을 보면 씨를 받거나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아내의 그런 마음이 결코 밉지 않다. 꽃을 대하는 심성이 착해 생기는 단순한 욕심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