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김순자 여사, 김환경 감독, 박동희 감독
김동규
광주 서구 광천동에 위치한 '광천동 시민아파트'는 광주 최초의 연립 아파트이자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다. 이곳은 1970년대 당시 광주지역 노동야학 '들불야학'을 운영했던 활동가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님들은 갔다. 이 아파트에 거주했던 윤상원 열사와 박용준 열사는 5월 항쟁의 마지막 날 각각 전남도청과 광주YWCA에서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켰던 광천동의 마을운동가 김영철 열사는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운명했다. 윤상원, 박용준, 김영철을 포함한 들불야학 활동가 7명은 5.18을 전후로 차례로 세상을 떴다. 이들은 현재 '들불7열사'라 불린다.
그날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들불야학에서 함께 했던 박기순과 윤상원을 기리기 위해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광천동 시민아파트'는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3개 동 중 1개 동은 보존하기로 했으나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존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디어 아티스트 김환경씨가 '광천동 시민아파트'에 방을 마련했다. 해당 공간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꾸민 후 약 10개월간 그곳에 거주하며 주민들을 만났다. 그는 KBC광주방송 박동희 PD와 함께 이 과정을 영상에 담았고, KBC광주방송은 김환경씨의 광천동 시민아파트 거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이 과정을 거쳐 제작된 영화 <광천동 김환경>이 최근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비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돼 성황리에 상영됐다. 상영 후 진행된 GV에는 김영철 열사의 부인인 김순자 여사도 참여했다. 김 여사는 박기순, 윤상원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제안한 인물이다.
9일, 영화 <광천동 김환경>의 박동희, 김환경 감독을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동희 : "저는 KBC광주방송에서 PD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박동희입니다. 저는 현재 광천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회사도 광천동입니다. 그래서 광천동 거리를 걷는 일이 많은데 재개발 구역을 걸으며 동네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김환경 : "저는 광주에서 미디어 아트를 하고 있는 김환경입니다. 이번에 영화 <광천동 김환경> 작업을 했습니다."
- 영화 <광천동 김환경>은 어떻게 시작된 작품인가요?
박동희 : "저는 서울에서 왔고, 김환경 감독은 제주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광주를 낯설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김 감독과 이야기를 하다가 5.18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광천동 시민아파트에서 직접 살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살기로 했는데 예술적으로 강렬한 김 감독만 살게 됐고 저는 집이 근처이기도 해서 직접 살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영화는 광천동에서 마을운동을 했던 김영철 열사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마을을 바꾸기 위해 활동했던 것처럼 '따뜻한 마을'을 기록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김 열사가 만들고자 했던 따뜻한 마을이 아직 그곳에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