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1999년 스웨덴 연금개혁 전후의 연금제도(이미지)구제도의 기초연금과 보족연금의 합이 최저보증연금(납세후)과 거의 같음
정재철
한국이 스웨덴처럼 손쉽게 최저보증연금을 도입하고 소득비례연금으로 갈 수 있을까? 첫째, 스웨덴처럼 근로 시기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 국가에서 모든 국민에게 소득비례 연금을 적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소득격차가 큰 나라에서 소득비례연금을 도입하면 근로 시기의 커다란 임금 격차가 노후의 연금 격차로 그대로 100% 이어진다. 국민연금에서 A값(균등 부분)을 없애고 B값(소득비례 부분)만 남기겠다는 말이 된다. 이걸 좋은 제도라고 볼 수 있을까?
둘째, 스웨덴보다 월등히 높은 자영업자 비율과 불완전한 소득파악 상황에서 단순히 2030을 위해 부담과 급여가 알기 쉽다는 스웨덴 연금을 도입하면 근로자와 자영업자 간에 소득 파악의 차이로 최저보장연금의 적용에 심각한 불공평을 초래할 수 있다.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었는데 보험료를 내기 싫어 미납과 체납했던 사람이 연금을 수급할 때 결과적으로 연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최저보증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자립·자조의 원칙에 맞는 것인가. 생활비를 절약해 가면서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했던 성실 납부자를 역차별하게 된다. 그렇다고 최저보증연금 수준으로 낮게 설정하면, 고령빈곤 완화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② 스웨덴과 한국의 커다란 인구구조의 변화 차이
언론이나 일부 정치인이 스웨덴 연금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본인이 낸 보험료에 운용이율(명목임금상승률)을 붙여서 은퇴 후에 연금으로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 때문이다. 단순하고 투명한 제도처럼 보여지니 2030 세대들도 선호할 것 같아 일부 정치인들이 이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스웨덴 연금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최근 KDI가 제안한 소득비례 신연금제도도 연금개혁의 중요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그런데 한국이 스웨덴 연금을 도입하기에는 넘기 힘든 난관이 있다. 그것은 스웨덴과 달리 한국은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 중이고 스웨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출생률과 급속한 고령화 속도로 인해 항상적인 자동균형 장치의 적용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웨덴 연금(NDC)은 보험료를 고정한 부과방식이기 때문에(사전에 보험료를 고정해 버렸기 때문에) 노동력(보험료 기여자)의 감소, ②지급개시 후의 사망률의 변동(지급개시 시점에서는 반영되나 이후에 급격히 변동할 위험), ③적립금의 운용이율 변동, ④소득분포 및 사망률의 변동 등의 위험을 자동균형장치로 분산해야 한다. 인구감소가 시작된 한국에서 향후 스웨덴 연금을 도입하면 그 순간부터 노동력 감소 때문에 연금을 급속하게 깎아야 재정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자동균형장치가 계속 발동해서 급여가 깎여나가는 상황에서 부담과 급여의 관계가 알기 쉬운 제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귤이 회자를 건너 탱자가 되지는 않을까?
③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의 분리
스웨덴 연금에서는 노령연금처럼 보험료의 실적과 급여를 링크시키기 어려운 유족·장애연금을 분리하여 별도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즉, 모든 국민에게 근로시기의 저임금을 노후의 연금에 100% 반영하는 소득비례연금을 도입하려면 장애연금과 유족연금 등의 보험적 요소들을 제도에서 분리하여 별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가능할까?
한국 국민연금을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을 보험료로 운영하지 않고 조세로 운영하게 되면 무기여 장애인연금 등과 통합해야 하고 그 수준 역시 최저보증연금보다 더 높아야 할텐데 그 메리트가 무엇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보다 국민연금의 장애연금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면서 노후에 조금이라도 연금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참가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쉽게 가는 방법 아닐까?
④ 여성의 저연금 문제
노인층 진입을 앞둔 55~59세 그룹을 보면, 남성 가입자 77.32%는 최소가입기간을 채웠으나 여성 가입자는 39.13%만 최소가입기간을 충족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구인회, 2022).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임금 및 처우의 남녀 차별을 경험한다. 또한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취업 기간이 짧아 커리어 형성이 어렵고 임금수준도 낮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남녀 격차가 노후의 남녀 연금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방치하면, 남성의 대부분은 소득비례연금을 받는 반면 여성의 대부분이 최저보장연금으로 보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뭐가 문제냐고 항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소득비례연금은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의 반대급부의 권리로서 수급하지만 최저보장연금은 국가부조(assistance) 형태로 수급하여 과연 여성들이 부조형태의 연금에 찬성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조세방식의 연금은 수준이 낮고 경제상황 등이 변하면 제도 변경을 통해 소득제한을 거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수준의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정책을 강화하는 예방적 사회투자정책을 통해 여성의 방빈기능을 강화해서 여성들이 최저보증연금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스웨덴 연금을 도입하는 전제조건이다. 그래야 최저보증연금 수준도 높일 수 있다. 여성 스스로가본인들이 최저보증연금에 지나치게 많게 될 것을 염려해 미리미리 노동정책과 사회정책으로 격차를 축소한 후 상황을 보면서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⑤ 586세대의 고령층 진입
586세대가 고령층으로 편입되면서 젊은 세대에 비해 부동산 및 저축 등의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상당한 정도의 소득(임금,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등)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식에게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교육을 통해 임금을 높여주면 분배도 높고 나중에 재분배인 연금도 높아 일석이조의 상속 전략이 되고 있다. 소득비례연금은 낮지만 상당수준의 자산을 보유한 고령 세대에게 근로세대가 부담하는 최저보장연금을 지급하면 젊은층이 납득할까? 소득비례연금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최저보장연금을 지급하는 것에 납세자가 찬성할까?
지금은 단 몇 %라도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17년동안에 방치했고 이번에도 개혁하지 못하면 다음 재정계산까지 23년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누적치는 상상을 초월하여 우리는 '항상적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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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 강사, 사회정책 박사. 일본 사회정책 전공, 사회보험 전공, 전 공무원 연금개혁 국민 대타협 기구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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