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안전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지난 1월 31일, 박홍근 의원실, 강민정 의원실, 학교안전정책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학교안전 강화 및 학교안전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형태
20여 개가 넘는 학교안전 관련 법제, 일원화·체계화하는 입법 작업 필요
셋째, 우리나라 학교안전 관련 법률에는 「학교안전법」 외에도 많이 있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급하게 제정하다 보니, 학교안전과 관련된 법제가 20여 개가 넘는다. 복잡하고 중복된 내용까지 있어 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에, 흩어져 있는 학교안전 관련 법제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입법적인 결단을 통해, 학교안전 관련 법제를 모두 종합할 수 있는 헌법적 성격의 「학교안전기준(기본)법」을 제정하면, 학교안전에 관한 기준법(기본법)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학교안전 관련 법제들을 통일성 있게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흡한 안전교육 관련 규정을 분명히 하는 등 예방 및 안전교육·안전조치 의무에 관한 법제도 통일하여, 학교안전교육을 보다 내실화하여야 하고, 각각의 법제에 따라 혼란스럽게 운영되고 있는 학교안전보호구역을 통합하여 체계적, 합리적 학교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학교시설 안전을 규정하는 법제들이 대부분 학생 및 학교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에, 안전기준 현실화 등 학교시설 안전법제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입각한 안전교육이 학교현장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학교현장과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원점에서 규칙 준수 위주의 이론교육에서 벗어나 위험 요인을 발굴・대응・조치하는 위험인지 감수성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의 재량권 및 교사의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다시 마련하든지,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안전교육용 참고사항 정도로 위상을 낮출 필요가 있다.
학교현장 및 학교안전 전문가들의 이유 있는 목소리 경청해야
넷째,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필자가 서울 소재 고등학생 4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분석,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동안까지 사고 경험이 있는 학생은 91.3%에 달했다. 대다수 학생들이 학교 다니는 동안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경상이 많았지만, 골절, 탈골 등 중상도 적지 않아 정확한 발생 원인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생 자신에 의한 사고가 절반 가까이 되지만, 이를 단순히 학생들의 부주의와 안전의식의 부족으로 단정하기보다 예방활동과 안전교육의 부실이 원인일 수 있기에,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활동 및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이 활발하게 신체활동을 하는 체육시간과 체육관·운동장에서 많이 다치고 있기에, 체육시간에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예방활동과 안전교육을 특별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교안전공제회 치료비 청구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청구 절차에 대한 홍보, 치료비 지급 현실화, 학교안전공제회 혁신 등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다섯째, 학교안전 전문가들의 견해와 평가를 들어본다는 차원에서 10명을 대상으로 학교안전 법제 및 정책 전반에 대해 깊이 있게 질의 응답하는 질적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산업재해와 달리 학교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중앙정부의 하향식 학교안전 정책, 학교 내 안전교육과 안전관리 전문 인력 및 학교안전 전문기관 부재, 형식적 예방활동과 안전교육 등 한 마디로 학교안전관리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톱다운 방식(교육부->교육청->학교)에서 바텀업 방식(학교->교육청->교육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강력한 처벌로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위험하기에, 안전의식 향상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등 다양한 법제와 정책도 필요하다.
현재 학교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종적인 책임자는 교육감이지만, 학교장, 행정실장 등 교직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학교장은 중간관리자에 불과하기에 학교에 권한 이상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즉 고의와 중대과실이 아닌 이상 현재 무과실 책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처벌보다는 예산 지원과 인력 충원을 통해 학교안전 관련 업무들이 실효성 있게 돌아가도록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또한 학교안전사고에 대비한 교원보호책임보험을 「학교안전법」에 포함하여 개정할 필요가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의미를 새겨 교육행정기관은 학교안전 문제를 학교에 미루기보다 교육당국이 차고 나서야 하고, 학교에서 노후·위험 시설에 대한 정밀진단, 안전조치, 사고조사 등을 요구하면 선진국처럼 교육청과 학교안전공제회 등 별도의 전문기관에서 컨설팅 및 지원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학교안전법」을 개정하여, 예방활동과 안전교육에 대한 내용도 강화하였다. 그럼에도 실효성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고 자료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정책담당자들의 직관과 경험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책과 현실의 간극이 크다. 정작 중요한 역할과 책무, 실효성 있는 대책 미흡, 시수 확보 부재 등이 정책설계에 빠져있었고,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프라가 부족해 학교현장에 제대로 착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책무에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위험성 평가 실시, 안전조치, 재발 방지책 마련 규정 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발생한 사고를 집적한 데이터와 사례를 분석해 손상감시시스템 구축, 안전교육 교재, 콘텐츠 개발 등 안전정책으로 환류한다면 사고 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사고 저감에도 기여할 것이다.
참고로 산업안전 법제가 학교안전 법제보다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어 참고할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만 규제 일변도로는 한계가 있기에 영국처럼 목표기반 규제, 곧 자율규제 방식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덧붙여 특수교육지도사 등 일부 교직원들이 「학교안전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학교안전법」의 교직원 보호 수준을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재해의 경우 예방업무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보상업무는 '근로복지공단'으로 이원화하고 있다. 「학교안전법」도 개정하여 예방과 보상을 분리하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당장은 어렵다면, 「학교안전법」에 예방에 대한 재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기금 투입액을 「산업안전보건법」을 참고하여 100분의 3 이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도 취학 전 모든 아동에게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교 졸업 시까지 교육활동 중 일어나는 안전사고와 질병에 대해 치료비를 100%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지원과 투자이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국가 차원에서 신경 써서 질병과 사고가 없도록 하는 것이 질병과 사고 뒤에 쓰는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따라서 북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교육과 의료' 만큼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서라도 이제 '무상교육'을 넘어 '무상의료'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안전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요구 및 학생 등 학교현장·교육주체들의 이유 있는 목소리와 학교안전 전문가들의 타당한 목소리를 학교안전 법제에 적극 반영한다면, 보다 안전한 학교로 거듭나고 학교안전행정시스템도 합리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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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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