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개최된 브루스 개그넌 초청 순회 강연 마지막 강연.
김선
개그넌에 따르면, 미국의 우주 프로그램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페이퍼클립 작전으로 100여 명의 나치 과학자와, 공학자, 그리고 전쟁에서 유럽을 폭격하기 위해 개발했던 V2 로켓 100여개를 비밀리에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즉, 시작부터 우주 프로그램은 군의 주도로 개발된 것이다.
1997년 미국의 우주사령부는 우주를 통제하고 지배함으로써 지구를 지배한다는 목표를 담은 문서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이 비전 문서는 이듬해 '장기계획서' 문서로 구체화시켰고, 미군의 우주 지배력 강화,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감시 및 개입, 우주군과 타군간의 통합 증대, 민간에서 활용되는 우주기술 군사적 이용 강화 등을 군사 작전의 원칙으로 세웠다. 그리고 2020년 트럼프 정부는 우주군 창설을 승인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우주 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미공군이 시험중인 X-37 군사 우주 비행기(X-37 space military plane)은 궤도에 1년이상 머무를 수 있으며, 정찰뿐만 아니라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도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고 다른 나라의 우주 위성들을 파괴할 우주 기반 레이저 무기가 개발 중이다.
이처럼 우주 산업은 대부분 군사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으며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 정찰, 드론 사용 등 위성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우주 산업은 군사 부문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예를 들어,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군 군사 장비 공격에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활용했다. 또한 현재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은 드론을 이용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위성의 활용은 핵심적이다.
그리고 상대 국가의 미사일 발사기지나 군 시설을 정찰하기 위한 군사정찰위성을 쏘아올리는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존하는 규제 장치인 1967년 유엔의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과 1979년 달조약(Moon Treaty)으로는 규제가 불가능하다. 우주에 대량살상무기 배치를 금지하고 달과 다른 천체를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담은 우주 조약은 핵무기 배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적 살상 무기인 우주 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면에서 우회가 가능하다. 그리고 달 자원의 소유를 금지한 달조약은 미국이 비준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환경적 문제 또한 심각하다. 현재 우주 쓰레기는 지구 궤도상에 존재하는 우주 쓰레기 수는 1만8997개로 분석된다고 한다(2023년 4월 기준). 이런 쓰레기는 우주 발사체, 고장나거나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그리고 우주 파편이 포함된다.
우주 쓰레기의 문제는 인공위성 발사가 늘어나면서 쓰레기와 위성이 충돌할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충돌이 발생하면 충돌로 인한 쓰레기가 늘어나고, 더 늘어난 쓰레기는 충돌 위험을 증가시키는 연쇄적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우려다.
쓰레기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위성이 파괴될 경우 지구 상의 일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 운전할 때 사용하는 GPS, 기후를 예측하기 위한 예보 시스템 등 우리의 일상은 위성에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개그넌은 평화 운동뿐만 아니라 환경 운동도 우주 군사화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우주군사화에 대해 알리고자 한국에서는 시민단체화 활동가들이 모여 우주 군사화와 로켓 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구성했다. 우주 군사화에 대해 알리고자 지난 2월에는 해외 활동가 브루스 개그넌을 초청해 전국 순회 강연을 진행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무기 자본의 선두인 한화시스템이 우주 센터를 건설하려고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반대한 투쟁도 진행중이다. 앞으로 우주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에 주목해야 한다. 자체 기술로 만든 위성 발사가 성공했다는 뉴스에 기뻐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우리가 아는 만큼, 그리고 우리가 행동하는 만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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