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의정부 신곡초등학교에서 공연한 <우리 엄마가 최고야>(소피 파이퍼 작). 조희는 동물 모자를 쓴 채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희
- 동화구연을 하며 많은 동화책을 접했을 것 같아요. 배운 것이 있다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결혼 후 바쁘다는 핑계로 뒷순위로 미뤘는데 동화구연을 하면서 다시 독서를 즐기게 됐어요. 위로받는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마음이 퐁퐁퐁>(글 김성은, 그림 조미자)에서 아기 돼지 퐁퐁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마음을 주고 집에 돌아와 '마음을 자꾸자꾸 주었더니 내 마음이 다 없어져 버렸어요'라고 엄마에게 물어요.
'마음은 샘물 같아서 얼마든지 퐁퐁퐁 솟아난단다'라고 엄마의 답변이 이어지고요. 때로 마음을 다 쓴 것 같아 힘들 때가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회복되고 긍정적인 감정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에 감동했어요. 또 독서하는 모습은 자녀에게도 도움이 됐는데요, 엄마가 다독하니 아이들도 따라서 책을 가까이하더라고요. 좋은 습관을 물려준 것 같아 기뻐요."
- 동화책을 고를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이 무엇인가요?
"일단 재밌어야 해요. 어린이가 최초로 만나는 문학 작품이니까요. 책은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 역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 환경, 타인과의 교류 등을 다루는 동화를 선택합니다. 요즘은 동화 외에도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데, 유튜브 등 무분별한 영상 콘텐츠는 올바르지 않은 언어 표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요. 동화책을 통해 아름답고 정확한 우리말을 배우면 좋겠어요."
- 직접 동화를 쓰기도 한다고요.
"코로나19 초기, 우리 동네 n번째 확진자로 39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꼼짝없이 격리됐어요. 1인실에 홀로 지내니 외롭고 힘들어 블로그에 병상일기를 올렸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어요.
제 글을 통해 위로받았다며 많이 연락해 주셨죠. 글로써 소통하는 것에 흥미를 얻었달까요? 마침 타인의 작품을 각색해 구연할 때 저작권 문제도 신경 쓰였는데, '내 동화로 해 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어요. 이후 자연스레 동화를 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코로나가 그에게 가져다 준 이득
39일의 격리 생활은 그가 동화작가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단다. 조희는 삶 속에서 특별했던 순간, 특히 자녀와 겪은 일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든다. 동화 합평 수업에도 참여하며 꾸준히 실력을 키우고 있다고.
최근엔 샌드위치 공장에서 일한 경험에 상상을 섞어 이야기를 완성했다. 동화를 쓰는 일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동시에 그에게도 창작의 기쁨을 준다.
- 어린이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죠. 어린이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무엇일까요?
"자녀를 키우고 동화구연을 하면서 마주한 사람이 있어요. 내 마음속 어린아이, 어렸을 때의 저예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어린이를 보면 그때의 제가 생각나 애틋해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주는 게 진정한 어른의 모습 아닐까요?
동시에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필요할 땐 단호하게 균형도 잡아주고요. 본 책 중에 <사랑하기 쉬운데 가르치기는 어렵네요>라는 책 제목이 인상 깊었어요. 사랑을 주는 것은 본능적으로 할 수 있지만,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어려워 신중해야 하니까요. 이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말했다. "어린이와 가까이해서 자주 이야기하고 어른보다 높게 대접하세요. 어른은 뿌리라고 하면 아이는 싹입니다. 뿌리가 근본이라고 위에 올라앉아서 싹을 내리누르면 그 나무는 죽어버립니다. 뿌리가 싹을 위해야 나무는 뻗쳐나갈 것입니다"라고.
어린이는 자라 청소년, 청년 그리고 중년이 된다. 생명의 순환 속, 한국의 미래를 이끌 주역이 어린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화구연가 조희는 책을 통해 어린이가 건강한 첫걸음을 떼고 드넓은 세상에서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덧붙였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잔물결을 일으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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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엄마인 이 여성이 동화구연 시작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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