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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싫으니 버스 탑니다, 어차피 무제한이잖아요"

70명에게 물었습니다... '짠테크' 열풍 속 학생들의 기후동행카드 이용 실태

등록 2024.06.04 14:52수정 2024.06.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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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했다. 8년 만의 일이다. 같은 해 9월, 오세훈 서울 시장은 "기후 위기 대응과 교통비 부담 완화"라는 포부 속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기후 위기 대응'과 '교통비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까. 


기후동행카드는 6만2000원(따릉이 미포함) 선불 충전 카드로 서울시 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후 동행'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당 카드의 주된 목표는 전체 대중교통 사용량을 늘려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자는 데 있다. 거기다 인상된 교통비에 대한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도 있다. 

올해 1월부터 시범 운행 중인 기후동행카드는 5월 현재 판매량이 150만 장에 달한다. 지난 4월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 별로는 △20대(29%), △30대(28%), △40대(15%) 순으로 이용도가 높았다.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을수록 교통 정책을 활발히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이용률은 어떨까. 고물가 시대에 '짠테크'가 학생들 사이에 유행으로 번지는 만큼, 기후동행카드 이용도도 높을까. 정확한 데이터를 얻고자 서울시에 학생·직장인 등 직업별 이용률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정보 부존재' 통지를 받았다. 이에 직접 대학 재학생(휴학생 포함) 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4월 12일~4월 15일까지)를 실시했다.
  
한 달 교통비가 62,000원보다 덜 나와

설문 조사의 총 응답자 중 61.4%(43명)가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중 81.4%(43명 중 35명)는 그 이유로 '한 달 평균 교통비가 기후동행카드 사용 기준 금액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선불 형식이기 때문에 6만2000원 이상 사용해야만 이득이다. 당장 월 교통비가 이 금액에 미치지 못하면 기후동행카드를 쓸 이유는 없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거주하며 6호선을 타고 안암역에서 하차하는 대학생 안아무개(25)씨는 학기 중 평균 주 8회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가 지난해 5월 대중교통을 40회 이용하며 지불한 금액은 총 4만2500원이다. 교통 요금 인상이 이뤄지고, 올해 3월 그가 대중교통을 36회 이용하며 지불한 금액은 4만68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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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05월(좌) 2024년03월(우) 안 씨가 지불한 대중교통요금 ⓒ 전윤서

 
"교통비가 오르고 난 후에 요금 청구서를 보고, 횟수로는 덜 이용했는데 금액은 이전보다 많이 나와서 조금 놀랐어요. 그래서 요즘엔 가까운 거리는 최대한 걸어 다녀요. 추가로 찍히는 100원, 200원도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예전보다 교통비 부담이 커지며 관련된 지원금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기후동행카드는 제가 지불하는 것보다 기준이 많이 높아서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월평균 교통비에 대해 응답자의 55.7%(39명)가 6만 원 미만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5만 원 대가 27.1%(19명), 4만 원 대가 20%(14명)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 중 약 80%(43명 35명)가 기후동행카드가 '비싸다'고 답했다. '비싸다'고 답한 35명 중 24명은 '지금보다 더 저렴한 금액이라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현재 기후동행카드로 교통비 절약 효과를 누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무제한이니까, '본전' 찾으려고….

기후동행카드는 선결제하면 서울시 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본전을 찾기 위해 일부러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한 27명에게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해 한 두 정거장 거리 이동 시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험이 있거나 혹은 이에 대해 고려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85.19%(23명)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선불이고, 무제한이니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게 이득", "그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돈이 아깝다"고 답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아무개(23)씨는 올 3월부터 인턴 생활을 하게 되며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했다.

"기후동행카드 구매 이후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늘었어요. 어차피 무제한권이기 때문에 출퇴근 때를 제외한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 많이 쓰면 쓸수록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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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답변 中 ⓒ 전윤서

 
평소 산책을 좋아하는 그는 일반 교통카드를 사용했을 때는 걸을 수 있다면 웬만해서 걸어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고 난 뒤로는 마을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의 짧은 거리도 대중교통을 타게 된다"고 말했다. 걸어 다녔던 거리를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게 되니, "기후동행"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또 다른 A씨 역시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기 전에는 한 달에 약 40회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서 "기후동행카드로 이득을 보기 위해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후를 위해서는 승용차보다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걸을 수 있는 거리는 걷는 것이 좋다. 그러나 '부담되는 금액을 선불로 지출'는 구조 때문에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타는 것으로 대신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청년들의 '교통비 부담 완화'와 '기후 위기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후교통카드의 기본 금액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하듯,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기후동행카드 청년 할인을 도입해 청년요금(5만5000원, 따릉이 포함하는 경우 5만8,000원)으로 충전가능케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 2022년 만 19~24세를 대상으로 시행한 '서울 청년 대중 교통비 지원 사업' 신청자(13만6028명)들의 월평균 교통비는 4만656원이었다.
#기후동행카드 #교통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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