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수업 중에서한글 서체 기역
양윤미
지루한 반복 훈련 끝에 드디어 '기역'을 쓰기 시작했다. 'ㄱ'은 반달모양의 머리로 시작하여 붓끝을 엎어서 부드럽게 내려와야 하는데, 초보에게는 붓끝을 엎는 감각이 익숙할 리가 없었다. 기역을 죄다 악어입처럼 적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이 다가와 다시 천천히 알려주셨다.
"그런데요 선생님, 붓 끝을 엎는 느낌을 잘 모르겠어요."
"……..니 지금 세 장 썼거든."
"(민망해서 웃음)"
"기역 세 장 쓰고 붓 추스리는 느낌 알면 천재지. 그런데 서예에는 천재가 없어. 꾸준한 노력과 인내 뿐. 비단 그게 서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의 주옥같은 명언을 마음에 새기고 다시 붓을 들었다. 서예를 대하는 자세, 인내와 노력은 곧 삶을 살아가는 태도이며, 인내와 노력은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되는 진리와도 같았다. 느리고 천천히, 시간을 많이 들이고 공을 들여 배운 것들이 오래 가지 않는가!
문학을 예로 들자면, 치열하게 읽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쓰는 사람이 진짜 문인으로 성장했다. 노력이 결여된 상태로, 가감없는 합평도 하지 않고, 그저 주례사 칭찬과 찬사만 바라면 반짝, 멋져 보일 수는 있으나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인간 관계로 예를 들자면,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대우하는 애씀과 수고로움을 베풀어야 사람을 얻었다. 오직 자기 말만 옳다는 아집, 귀를 닫고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 편견, 오로지 대접만 받으려는 교만한 이들은 사람을 잃었다.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는 태도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는만큼 살아내는 것이 언제나 어려울 뿐이지. 그래서 노력하고 배우는 태도가 기본값인 사람들을 만나면 존경심이 인다. 더 나아가 그 모든 순간들을 즐기시는 분들을 만나면, 일종의 경이와 전율이 인다. 살다가 힘들 때,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해결책 없는 삶의 고민에 답답해질 때 마치 그 분들이 인간 이정표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