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고려사>(휴머니스트, 총 5권)을 펴낸 박시백 화백. 4월 17일 오후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사옥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휴머니스트 제공
"작지만 강한 나라". 역사만화가 박시백(60) 화백은 500년 역사를 지닌 고려의 정체성을 이 한마디로 설명했다. 'KOREA'의 기원이 된 고려에 대해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평가다. "끝없는 외침 속에서도, 원나라의 간섭을 받으면서도 고려라는 나라를 (500년 동안) 지켜낸 걸 보면, 정말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게 고려시대로 가서 살라고 하면 정말 어느 때로 가야 될까,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국란이 많았다. 외침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고려라는 나라로 500년을 존속할 수 있었던 힘이 고려의 정체성 같다. 19세기 말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우리나라 현대사도 고려 때 못지않게 힘들었던 시기다. 그런 어려운 시기를 다 이겨내고 이렇게 멋진 나라를 만든 그런 힘과 유전자가 고려가 (후대에) 물려준 유산이 아닐까 싶다."
지난 17일 오후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시백 화백은 '강소국가' 고려가 후대에 물려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에 대해 '고난 극복 DNA'라고 설명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고려의 500년 역사를 정사(正史)에 기초해 작업한 <박시백의 고려사>(휴머니스트, 총 5권)가 지난 3월 완간됐다. 지난 2003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권이 출간된 지 21년만에 조선 500년사와 고려 500년사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1000년의 왕조사를 '박시백 표' 역사만화로 완성했다.
"그동안 고려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두 가지 장벽이 있었다. 첫째는 주로 조선의 관점에서 고려를 봐왔다는 것이다. 멸망 이전에 고려가 어떤 사회였고, 조선과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겨줬는지에 대한 조망이 취약했다. 둘째는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였던 고려의 핵심 무대가 지금의 북한 지역이다. 이런 탓에 고려를 제대로 알기 어려웠거나 폄하하는 환경도 있었다. 정사를 기초로 한 이 책은 고려사를 재인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대표는 <박시백의 고려사> 출간 의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화백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려 역사서인 <고려사>(총 139권 75책)와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한 <고려사절요>(35권 35책)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가 "(<박시백의 고려사>는) 고려의 정치사이기도 하지만,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대한 소개서이기도 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박시백 화백이 '정사(正史)'를 고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