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목격한 산양의 주검. 낙동강 승부-양원 트레킹 구간에서 목격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겨울부터 지난달까지 천연기념물 산양의 국내 총 개체수의 1/4에 해당하는 537개체가 넘게 죽었다는 보도(
천연기념물 산양 537마리 떼죽음···"환경부 방치탓 현장은 공동묘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산양의 주검 목격 소식이 들려온다.
산양의 죽음 소식은 주로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들려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차단하려 환경부가 둘러친 철책으로 이동통로가 막힌 산양들이 고립돼 아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환경부가 철책을 걷어내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봉화에서도 발견된 산양 사체
강원도 못지않게 경북 북부에서도 산양의 죽음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원인은 아사로 추정되는 가운데, 잇따른 죽음에 실체적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깊은 산중에 사는 산양이 민가가 있는 아래쪽 동네까지 이동해 자주 목격되는 것도 의외지만, 산양의 주검이 자주 목격되는 것 또한 큰 안타까움을 동반하는 의문의 사건이다.
그런데 이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그 이유를 철저히 규명해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행정의 책임감 있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지난 3월과 4월 사이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와 석포리 사이에서 최소 3차례 산양의 주검이 목격됐다. 주검이라도 산양이 천연기념물에다 멸종위기종이라 문화재보호법과 야생동물보호법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 관련 대응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산양은 주검일지라도 함부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법정보호종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잘못 가지고 가거나 함부로 손을 대도 법적인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이들을 목격하자마자 관할 지자체나 문화재청 혹은 환경부로 바로 신고하는 것이 순서다.
지난 3월 9일 봉화 승부-양원 구간 낙동강 트레킹에서 필자가 산양 주검을 목격했다. 당시 주말이라 신고를 바로 못하고 있다가 월요일인 11일 바로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에 신고를 했다(관련 기사 :
천연기념물 산양의 죽음... 환경부에 묻습니다).
"산양의 죽음에 대해 의문이 많다. 주검이 발견된 바로 상류에 악명 높은 공해공장 영풍석포제련소가 있어서 그곳에서 방출된 중금속이나 위험물질로 인한 사망이 의심되니 철저히 원인 분석을 해달라"는 민원과 함께한 신고였다.
그러나 신고는 관할 지자체인 봉화군으로 이관됐고 신고로부터 이틀이나 지난 수요일 오후 늦게서야 봉화군 문화재과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당도했다. 이어 "주검을 못 찾겠으니 정확한 위치를 알려달라"고 필자에게 연락해왔다.
주검을 찾지 못한 것은 주검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주검이 사라진 것은 누가 집어간 것이 아니라 다른 포식자 야생동물에 의해 그 사이에 뜯어 먹혀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다리 한쪽의 일부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하나도 없다"고 현장에서 목격한 사실을 일러줬다.
대구지방환경청에서 봉화군에 늦장 신고를 했거나 봉화군에서 신고를 받고도 늦장 현장 대응을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 경우이거나 간에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의 관리가 너무 허술하게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당시 산양의 주검은 연이어 목격됐다. 승부역 주변에서도 또 다른 산양의 주검이 목격돼 역시 대구지방환경청을 통해 봉화군에 신고가 됐지만 일주일이나 훨씬 지나 확인된 대구지방환경청의 답변은 "아사로 추정된다"는 결론이었다. 부검조차 해보지 않아 영풍석포제련소로 기인한 중금속이나 독극물에 의한 사망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아쉬운 행정 처리... 공식 사과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