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나무에 오르신 80세 어르신엄나무 순을 따고 있다.
김웅헌
"아따, 뭐달라고 나무에 올라가고 그라요. 연세도 있으신데, 떨어져서 다치믄 어쩔라고 그라요. 언능 내례 오시오"
"갠찬해야. 이참에 순도 따고 가지치기도 해불란다."
아들까지 나서서 말려도 소의 고집보다 더 센 장인을 말릴 수는 없었다. 장인의 뜻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돌아가는 길이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바리바리 보따리를 챙겨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말 저녁 밥상, 기름진 고기반찬은 없었다. 비싼 돈을 주고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반찬도 없었다.
봄이 되면, 처가의 들과 산이 기꺼이 내어준, 값을 매길 수도 없는, 장인·장모와 함께 손수 딴, 봄나물만 밥상에 가득했다.
다행히 두 아들 녀석은 그 맛난 봄나물에 젓가락을 올리지 않았다. 달콤 쌉싸름한 엄나무 순, 머위 나물, 취나물, 돌미나리, 부추는 온전히 나의 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