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색한 한국어 표기
아이치현립대학
이거 혐한인가... 내가 직접 번역에 뛰어들다
대학원 시절 지금의 남편과 만나 결혼하며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번역일을 시작했다. 내가 계약한 회사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으로 조건도 좋았고 일감도 많은 편이었다.
백화점, 공항, 관공서, 호텔 등 다양한 고객들로부터 의뢰가 들어왔다. 대학교 홈페이지를 통째로 번역한 적도 있었고, 기업의 사내 신문을 번역하기도 했다. 일본 곳곳에 한국 출신의 유학생, 근로자, 주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번역을 하고 나면 의뢰인들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다. 예산을 책정하여 제대로 번역한 한국어를 제공하려는 그들에게서 외국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이용할 때 나에게 일감을 줬던 곳을 방문하는 것은 내 나름의 보답의 표현이었다.
'이걸 뭐라고 번역해야 되지?'를 가장 고민했던 것은 음식점 메뉴판이었다. 생소한 식재료나 요리 이름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술을 전혀 못하는 재미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알코올 이름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각종 칵테일과 일본 사케의 이름들을 번역하다 보면 취한 사람처럼 머리가 멍해지고는 했다.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았다. 공항 청사에 들어갈 한국어 전체를 번역할 때도 있었다. 복잡한 공항길을 한국어에 의지해 헤쳐 나가실 관광객들을 떠올리며 정확하고 간략하게 번역하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