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어수용 변호사가 산업단지를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충북인뉴스 김남균
"아마 (올해) 2월 26일 거에요. (사직리 주민들이) 최초로 보은읍 사거리에서 집회를 하게 됩니다.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고요. (군에서) 이것 저것 설명하러 온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보은군에서) 시위를 겁냈던 거예요. 저는 집회 시위라는 것을 법률로 배울 때 '아, 이런 권리도 있다'는 정도로 알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집회‧시위의 권리가 엄청난 거라는 걸 알았어요."
어수용(법무법인 상승대표‧60)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주로 대전과 청주에서 20년 넘게 지역법관으로 재직한 판사 출신의 변호사다.
어 변호사는 요즘 고향인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일원 마을 어르신들과 함게 '투쟁' 머리띠를 묶고 집회장에 나선다. 집회에 참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도 잡는다.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40분 연설은 기본이다.
지난 30일 오전 11시, 어 변호사는 이날도 보은군 보은읍 문화원 앞에 있는 뱃들공원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투쟁 머리띠를 묶고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는 대략 60여 명.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이다.
보은군이 현재 제3일반산업단지를 추진하는 곳은 어 변호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보은군에 따르면 제3일반산업단지에는 티이엠씨, 한국카본과 한국카본의 자회사인 한국신소재가 입주의향서를 냈다. 이외에도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회사 2곳도 입주의향을 밝혔다. 이들 공장이 밝힌 입주희망면적은 92만여㎡다. 티이엠씨는 40만㎡, 한국카본과 한국신소재가 40만㎡를 차지한다.
어 변호사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자연부락에 폭발위험이 있는 화학공장이 입주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상식적인가"라고 반문한다.
보은군이 추진하는 제3일반산업단지는 2022년 10월 국토교통부 고시가 발표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어 변호사는 지난해 초 보은군에 소재한 장례식장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머리띠를 묶고 반대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했다. 보은군의 행정을 지켜보면서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공장이 들온다는 걸 주민들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주민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공장코드가 C20인 거에요. 주민들이 C20이 뭔지 모르잖아요? 저는 행정재판을 수 없이 해봤기 때문에 그게 화학공장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다행이였어요. 주민들은 전혀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보은군이 입주 예정인 티이엠씨나 한국카본의 다른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다는 것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어 변호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척하고 그냥 밀어붙이는 일방통행식의 행정, 불투명한 행정에 대해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라며 "주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민이 주권자임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투쟁을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주민들이 승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싸움을 하게 되면서 반도체와 관련해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공부하기 위해 책을 한 권 샀다"며 "공부를 해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 또 행정재판을 담당한 판사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은군 측 '주민들이 입을 피해 없다'
이같은 반대에 보은군 측은 산업단지로 인해 주민들이 입을 피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보은군 관계자는 4월 1일 기자에게 "한국가스안전공사 교육원 교수가 '법적 기준에 맞춰서 하면 인접 마을에 피해가 갈 수 없다'고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라며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티이엠씨 폭발사고의 경우) 공장 부지 내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폭발 사고가 나서 인접 마을에 사람이 죽었나, 아니면 유해 물질을 배출해 마을 주민이 암에 걸렸나"라며 "그런 게 없었다. 단순 사고다. 자동차 사고가 났다고 해서 도로에 차 못 다니게 안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화학공장과 마을과는 60~80m 정도 이격을 둘 예정이다. 보은군이 안전을 책임지고 건설하고 있다"라며 "공장이 들어서면 (실제 작업공장과 마을은) 150m 정도 이격이 생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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