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6.(화) 전북특별자치도 전세사기 피해자 공동간담회 현장 사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북대책위원회
안녕하십니까. 저는 나무를 만지고 디자인하는 인테리어 목수 김섭입니다. 전라북도 군산시 소재의 산북 하나리움 시티 전세사기(공공임대아파트 신탁사기)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어떤 정치인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 아니다", "개인 간에 발생한 문제이니까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 저는 이런 말을 들으며 대한민국이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전세사기, 정말 개인 간의 분쟁이고 "나만 아니면 되는" 문제일까요? 물론 저 역시 30대, 40대로 들어서면서 세상과 적절히 타협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어느샌가 타인의 고통을 가깝게 생각하지 못했고 애써 무시한 적도 많습니다. 이런 저를 돌이켜보면 누군가에게는 전세사기 문제도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절실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는 우리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고, 어떤 특정 사람만의 피해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조금이나마 공감하실 수 있도록 제가 겪었던 피해일지를 낱낱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결혼 후 생애 첫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전 돈을 좀 더 모으자는 생각에 임대아파트를 알아보았습니다. 월세 보증금 2000만 원에 월 임대료 30만 원짜리 임대아파트(민간분양 공공임대)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한 1년 정도는 아무런 문제 없이 좋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꿈을 꾸며 성실히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파트 공고문이 붙었습니다. 월세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어 주민들끼리 대책회의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날벼락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회의에 참석해보니 제가 한 순간에 "대항력이 없는 불법거주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당시 주민들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법률적인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습니다.
알고보니 최초 임대사업자(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구, 뉴스테이))는 임대 의무기간 5년 중 4년을 이행하다가, 임대 의무기간 1년을 남겨두고긴 자본금 없는 다수의 민간건설사가 군산 하나리움 시티 2차아파트를 승계했습니다. 이후 이들 건설사들은 신탁사에 해당 주택을 수탁했습니다.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임대인과 신탁사 간의 신탁조항을 맺은 부동산 담보신탁 계약서라는 게 있는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심지어 분양사무실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는 컨설팅 업체는 자세한 정보를 고지해주지 않았습니다.
업체가 설명한 내용은 임대인이 공실을 담보로 신탁사에 잠시 소유권을 넘겼고, 공실이 다 채워지고 임대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확보되면 곧 소유권을 원상회복시킬 것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수탁자인 신탁사의 동의가 있어야만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임대인이 신탁을 등기할 때 제출하는 서류인 신탁원부에 명시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즉, 저는 신탁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그 계약은 무효이고 불법 거주자 신세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 지식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스스로를 책망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군산시 법률공단에 자문을 구해봐도 모른다고 합니다. 신탁원부도 처음 들어봤다고 합니다. 법무사, 변호사 같은 전문가들도 생소하다고 합니다. 법조인들도 모르는 것들을 일반 서민이 어떻게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