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KTX 안내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고구인 성우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자신의 학원에서 KTX 매거진을 읽어보고 있다.
박장식
[지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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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넘어 30년, 40년의 미래를 바라보며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꿈을 싣고 떠나는 KTX. 하루 370여 편이 발착하는 KTX에서는 열차가 출발할 때마다, 그리고 그 열차가 정차역에 도착할 때마다, 마지막 역에 멈출 때마다 경쾌한 안내방송이 울려퍼지곤 한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라는 안내로 고속철도를 타고 내리는 수많은 승객들의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주인공, 고구인 성우이다. 그는 '첫 한국산 고속열차' KTX-산천이 운행을 시작했던 2010년부터 현재까지 차내 안내방송을 담당하고 있다.
2010년에는 경부선과 호남선만 있던 KTX도 이제는 강릉, 충주, 안동 등 전국 방방곡곡으로 향하게 됐으니, 'KTX의 성장사', 그리고 본인의 성우 인생 전부를 함께하고 있는 셈. KTX 개통 20주년을 기념하는 인터뷰로 고구인 성우를 최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그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만났다.
"전국민이 모를 수 없는 배역... 영광이죠"
대원방송 2기 공채성우로 입사해 15년째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고구인 성우는 인기 만화인 <원피스>의 '프랑키', 아시안 게임에도 나왔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인 '피들스틱'이나 '케인', '우르곳'의 목소리를 담당하는 등 만화영화·게임업계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중에서도 '대표 배역'은 KTX 안내방송. 고구인 성우는 "사실 처음에는 영광이라는 생각만을 해왔다"면서도, "점점 해가 갈수록 의미가 더 큰 것이 KTX의 안내방송이다. 모든 국민이 모를 수가 없는 배역이 KTX의 안내방송이지 않냐"라면서 자랑스러워했다.
특이한 점은 성우 입봉과 동시에 KTX 안내방송의 녹음을 시작한 것. 그는 "성우 생활과 함께 시작한 것이 KTX 안내방송이었다"면서 그때를 돌아봤다.
"제가 다니던 녹음실이 성우가 되기 전부터 '인디 성우'로 일하면서 녹음하던 곳이었어요. 그러다 대원방송 합격하고 입사 직전에 동기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고 있는데 그곳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무슨 일이세요?' 하니까 '뭔가 녹음할 일이 생겼다'고 하시는 거예요.
무슨 안내방송이냐고 물어보니까 KTX 열차 안내방송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정말 신기했어요. '이제 성우니까 페이 많이 주세요!'라면서 하게 됐는데, 돌아보면 천운이었어요. 공채 성우가 되면 겸직 문제가 걸리는데, 당시 회사가 애니메이션 더빙만 아니면 겸직이 가능하다고 해서 KTX 안내방송을 할 수 있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