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진 펜못쓴다고 하시다가도 어느샌가 열심히 쓰는 어르신들
최은영(미드저니)
8살부터 고등학생까지, 산과 들과 냇가가 모두 있던 어르신 글이 좁아지면 이렇게 변한다.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오며 엄청난 소낙비가 쏟아졌다. 친구들은 저마다 소를 몰고 산을 내려간다. 나도 꼴 지게를 지고 소를 몰고 산고랑을 내려오는데 소낙비는 더욱 세차게 내린다. 그때 갑자기 설사 신호가 온다. 하늘에서도 천둥이 치고 내 배도 천둥이 친다. 소낙비에 놀란 소가 이리저리 뛰고 있으니 더 죽겠다. 나보다 훨씬 큰 소가 놀라서 날뛰는 통에 시커먼 하늘이 노래진다. 순간 고삐를 놓쳤다. 설사는 삐질삐질 나오고, 꼴 지게는 넘어가고, 게타리(허리에 묶는 끈)는 풀리지 않는다.
아까보다 훨씬 좁은 공간, 좁은 시간 속에서 훨씬 쫀쫀한 글이 나왔다. 이 분이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궁금해진다. 어디로 펼쳐질지 모르는 가능성이라는 말이 어르신에게도 이토록 어울린다니, 그 가능성을 발견한 내가 대견하다. 그렇게 새로운 내가 차곡차곡 복지관에서 쌓인다. 어르신의 새로운 도전이 차곡차곡 백지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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