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갓(홍갓) 김치의 재료 준비
이순화
내친김에 똘갓 물김치나 담아볼까? 지금 3~4월이 물김치를 담는 적기이다. 갓으로만 담기보다 겨울을 견뎌낸 움 속에 있는 무를 섞어 담아야 더 시원하고 색깔도 예쁘다.
양념으로는 까나리 액젓, 흰밥, 사과, 생강, 마늘 쪽파, 새우젓 등을 사용하면 톡 쏘는 맛이 더하다. 거기에 시원함까지 분홍빛 국물이 우러날 수 있게 물을 밥물 붓듯 하면 적당하다. 새콤하게 익은 똘갓 물김치에서 꽃물처럼 분홍빛 봄이 퍼진다.
올해 나이 칠십, 요즘 세상에 칠순 상을 받고 싶다고 말하면 웃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한 술 더 떠서 내 글이 실린 책이 올려진 문상(文床)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다 글을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 수업, 마음 속에만 있던 생각이 말이 되고, 글이 되어 나오는 신기한 세상에을 살고 있다. 젊은 문우들 속에서 함께 배우는 즐거움이 나에게 새봄처럼 느껴진다.
매주 제출해야 하는 작문 숙제도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다. 맞춤법이 틀리고, 내 고향 전라도 사투리가 심하다고 지적을 받아도 배움의 기쁨이 그 모든 것을 넘어선다. 30여 년 이상 밥 장사로 세상을 헤쳐온 내가 문우들과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비법 중 하나가 '글쓰기 수업 후 함께 밥 먹기'다. 별 반찬 없어도 내 손으로 차린 밥상 앞에서 문우들 역시 엄청난 화답으로 맛있게 밥을 먹는다.
똘갓 김치에 대한 사연을 과제로 제출하였더니, 합평하는 문우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찌 이 소리를 듣고 그냥 있을 수 있나 싶어 이내 똘갓김치 담그기에 돌입했다. 거친 솜털을 가진 갓을 썰고, 무 하나 뚝뚝 썰어 각종 양념을 넣은 똘갓김치를 담가 통에 넣었다. 이 똘갓의 분홍빛이 우러나면 문우들이랑 익어가는 봄맞이 밥상을 함께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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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의 나이에 글쓰기를 도전한 보석같은 여자입니다.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오마이뉴스 타이틀에 매료되었구요. 지역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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