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오수일 수석부지회장(왼)과 조합원이 선전전을 하고 있다.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아사히글라스는 일본 기업이에요. 2004년에 한국자회사인 'AGC화인테크노한국'을 만들어서 구미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죠. 그런데 2015년에 노조를 만들자마자 사내 하청업체 도급계약을 해지하면서 178명을 해고했어요. 지금 22명이 남아서 약 9년간 해고철회 투쟁을 하고 있죠.
구미 공장 앞에 농성장도 차리고 문화제도 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어요. 일본 본사를 찾아가는 게 필요하긴 하지만, 필요하다고 일본을 계속 왔다갔다 할 수는 없죠. 고민이 컸어요. 그런데 일본에 있는 노동활동가들이 우리 대신 일본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해줬어요. 한국의 노동자들 해고하면 안 된다고. 엄청 고맙더라고요.
'너네는 뭔데 여기서 난리야?'
2019년 여름,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이 투쟁했어요. 직접고용을 요구하다가 집단해고를 당해서 투쟁이 더 커졌죠. 집행부가 매일 경찰서랑 병원을 다녀야 해서 김천 도로공사 본사 앞에선 아무것도 못하고 있더라고요.
톨게이트 노동조합이랑 간담회를 했는데,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되더라고요. 일본 동지들이 우리한테 해줬던 게 생각났어요. 그래서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도로공사 본사를 대신 찾아갔어요. 도로공사 건물 앞에서 투쟁가 틀고 현수막을 들었죠. 수납원 집단해고 철회하라고.
도로공사에서 경악해서 뛰쳐나오더라고요. 처음엔 몸싸움도 했어요. 현수막 뺏으려고 하고 밀치기도 했지만 우린 매주 계속했죠. 그때 도로공사 직원이 나와서 우리 조합원이랑 이런 얘기도 했어요.
"너네는 남이잖아. 쓸데없이 왜 왔어. 당사자도 아닌데 왜 왔냐고."
"우린 같은 민주노총이고 동지입니다. 남 일이 아니에요. 우리 일입니다."
"웃기는 자식이네."
이 사안은 우리 일과 같아요. 어떻게 남의 일이 되겠어요. 노동자는 하난데. 그 당시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을 절실히 느꼈어요. 우리 대신 선전전 해줬던 일본 동지들도 그걸 느꼈기 때문에 해줬겠죠. 국적, 산별, 지역과 상관없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